김 내정자가 법치주의 정착을 위해 감사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는 미지수다.
그는 광주일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했다. 법원행정처의 법정심의관, 법정국장, 기획조정실장, 차장 등을 거쳐 사법 행정에도 밝다. 독일에서 민법과 부동산 등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부동산 등기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이런 경력과 대법관이란 점을 감안해 감사원의 변화를 점친다. 김 내정자가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되면 이회창 전 감사원장에 이어 대법관 출신으로는 두 번째 감사원장이 된다. 이 전 감사원장은 문민정부 출범 초기 ‘성역 없는 감사’를 표방하고 평화의 댐과 율곡사업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강력하게 감사 활동을 전개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이 전 감사원장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가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감사원을 이끌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그는 보수주의자·원칙주의자로 불린다.
이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전공노 파업 참가자 승진 취소 ▶송두율 방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상지대 이사 선임 무효 사건 등에서 안대희 대법관과 함께 보수 성향을 대변해 왔다. 2005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와 관련해 “남용 또는 오용의 여지가 있는 조항은 과감하게 삭제해야 하나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조항은 어떤 형식으로든 존치시켜야 한다”고 답변했다.
목영준 헌법재판관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김 내정자를 평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영삼 정부 초기 공무원 사정 바람이 불던 때 공무원이던 삼촌이 3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장이 김 내정자였다. 당시 변호사인 나를 불러 ‘3000만원 이상 뇌물 수수자에게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으니 항소하라’고 친절하게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향이 자칫 감사원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한다. 법조 기독인 모임인 ‘애중회(愛重會)’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예술품에 조예가 깊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차성은(58)씨와 1남 1녀.
김상우·조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