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미끄럼 집값’ 과천의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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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경기도 과천시는 전국에서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강남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많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이런 이유로 과천은 인기 주거지로 떠오르며 집값이 급등한 2006년 전국 최고의 집값 상승률(53.8%)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과천 주택시장은 반대의 극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이후 수도권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올 들어 하락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서울 강남권보다 깊은 수렁에 빠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과천 전체 아파트 가구수(1만3500여 가구)의 20%에 달하는 3143가구짜리 초대형 단지가 입주한다. 과천 시장이 수렁에서 빠져나올지 관심을 끈다.

◇엎친 데 덮친 ‘공급 쇼크’=국민은행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값은 올 상반기에만 7% 내렸다.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년간(5% 하락)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과천 주공8단지 102㎡는 연초 7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지금은 7억원까지 내렸다. 집값이 최고점이었던 2006년 하반기에 비하면 단지별로 1억5000만~2억원 정도 떨어졌다. 당시 9억원을 호가한 2단지 59㎡는 현재 7억1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과천 아파트값이 내려도 매수세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과천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기대감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예상하고 매수했던 외지인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물을 내놓고 있다. 별양동 I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할 때 강남 등지에서 대거 매입했는데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보유세 부담은 늘자 팔겠다는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10억5000만원에 산 주공1단지 82㎡를 8억원대에 내놓은 사람도 있다.

여기다 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슈르래미안, 3143가구) 입주가 다가오면서 매물이 더욱 늘었다. 이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인근의 기존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는 것이다. 중앙동 대영공인 박종찬 사장은 “그나마 남아있는 수요마저 3단지 급매물에만 관심을 보여 기존 주택 매물 적체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 다시 오를까=과천 아파트값은 앞으로도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재건축이 다시 시작하거나 고가주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과천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2006년 워낙 많이 올라 지금도 웬만한 아파트는 6억원을 훌쩍 넘는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2006년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대출이 쉬워 진입 문턱이 낮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별양동 A공인 이모 사장은 “서울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2006년 주로 투자 목적으로 많이 샀다”며 “과천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 집보다 과천 집을 먼저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집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과천을 문화·교육·주거기능이 결합된 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 시가 추진 중인 지식정보타운(갈현·원문동 일대 128만㎡ 규모)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낡은 아파트들과 새 아파트 간 차별화도 예상된다. 지난해 입주한 옛 주공11단지(래미안에코팰리스)와 함께 3단지 집들이가 마무리되면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에 대거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천에는 작고 낡은 아파트뿐이어서 직접 거주하려는 실수요는 많지 않았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3단지 이후에는 과천에 새 아파트 공급이 끊긴다”며 “재건축 여부가 과천 주택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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