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펑크록 그룹 "삐삐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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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개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싶었어요.거기에 맞는 음악적 형식을 찾다 펑크에 착안했을 뿐이죠.앞으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에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펑크록은70년대 본래의 활력을 잃고 기성세대에 동화된 록음악의 본질을찾으려던 반항정신이 그 뿌리다.해외토픽의 천편일률적 소개로 펑크라고 하면 머리를 야한 원색으로 물들인 문제아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90년대 중반 서울에 등장한 펑크록은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받을까.대답은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록그룹 「H₂O」시절 탄탄한 실력으로 인정받았던 강기영(30).박현준(28)이 가식없고 솔직한 목소리의 이윤정(20)을 끌어들여 만든 펑크록 그룹 「삐삐밴드」가 이 「귀여운」펑크의 주인공이다.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지만 알고보면 기성세대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실린 『안녕하세요』와 물건더미에 싸인 현대사회의 육감적이고 물질적인 만남을 풍자한 『슈퍼마켓』이 이들의 대표곡.최근엔 동화적인 가사와 이윤정의 거침없는 보컬이 절묘 하게 어우러진 『딸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레게풍의 『때로는 그대가』,부드러운 연주곡 『낮잠』등을 수록한 그들의 데뷔 앨범 『문화혁명』은 실험적이면서도 너무 낯설지 않은 노래들로 구성돼 있다.지난 가을 데뷔한 후 비슷비슷한 댄스음악과 발라드로 가득한 가요계에서 이 들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이 때문.
『데뷔 앨범은 비교적 쉬운 곡들로 꾸몄어요.사람들과 친해지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삐삐밴드」라는 이름도 귀여운 반항아의 이미지를 가진 「말괄량이 삐삐」에서 따왔다.생동감있게 무대를 휘어잡는 이윤정과 드라마 출연 경력도 있는 늘씬한 박현준등 이들의 외양적 볼거리도 매력적이다.
『2집에서는 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습니다.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우리의 음악적 가능성을 지켜봐주세요.』 결코 「대중음악」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강기영.박현준의 말처럼 이들의 잠재된 음악적 역량과 실험정신이 더욱 기대를 걸게 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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