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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북한>4.효자둥이는 충성둥이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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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4년 당정치위원에 선출돼 인사권과 당조직을 장악한 김정일(金正日)은 「수령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공언했다.그로부터 김일성(金日成)우상화작업에 국력을 기울여 극단적으로 나아갔다.그에겐 효성이 곧 충성이다 .김일성은 또 「동무들이 나를 받들듯 당중앙(김정일)을 받들어야 한다」고기회 있을 때마다 당부했다』(재중 동포).
金부자의 언행은 권력승계가 국가적 대사(大事)가 아니라 마치「화목한 가정의 장자상속」쯤으로 비치게 한다.김정일이 김일성 사망이후 「3년상」을 내세워 국가주석 자리를 계속 비워놓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게 방북 (訪北)인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권력승계가 지연되는 이유 가운데 「3년상설」은 적어도 「주관적 요인」으로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지 3개월뒤인 94년10월 국가주석추대분위기가 활발해지자 중앙당 책임일꾼들을 모아놓고 「조선사람의 관례는 부모가 죽으면 3년상을 치르는데 내가 어떻게 바로 계승하겠는가」라고 교시했다』(재미 실업가).
『김정일비서가 권력승계를 늦추고 있는 것은 그의 성격과 사업방식,그리고 유교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재독 동포).
『충효(忠孝)는 북한의 정신적 풍토에서 핵심에 해당한다』(재중 동포).『북한은 유교적 전통을 중시하고 있다.김정일비서가 「3년상」을 이유로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것을 피했다고 공식 언명한 덴 그 나름의 배경이 있다.평양의 권력내부 에 뭔가 이상상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일본 시즈오카대학 이즈미 하지메교수).
이 증언들은 권력승계의 바탕에 정치적 현실과는 별개로 혈육지정(血肉之情)에 기초하는 북한사회 특유의 끈끈한 효도관이 깔려있음을 지적한다.
『김일성은 「봉건적」통치관에 길들여진 사람이다.서방의 근대화된 방식과는 무관하다.그의 통치관은 한마디로 「임금은 임금답고,신하는 신하답고,아버지는 아버지답고,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논어(論語)」의 한 구절로 요약된다.그가 아버 지.어머니만으론 부족해 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까지 인민들이 칭송하도록 혁명적 가계(家系)를 만든 것은 그 나름의 「효도관」이 정치적으로표출된 것이다』(재중 동포).
그러나 김일성이 다져놓은 유교적 발상이란 유교 원래의 성격과다른 것임은 물론이다.북한의 이른바 「사회주의 대가정론」에서 설명되듯 「어버이 수령님」에게 충과 효를 바치는 것이지 일반가정에서 효성을 북돋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이다.『당간부들은 어떤 조치를 내리거나 행동할 때 「장군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만족하실 것이다」는 말을 관용적으로 쓰는데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해 보였다.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이같은 충성이 개인의 자발심이라 기 보다 선택의 여지 없는 현실에서 제도화 돼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이는 김일성이 남긴 유산이기도 하다』(재중 동포).
『김정일의 권위는 김일성에 비해 서로 개성이 다를뿐 손색이 없다.절대적이다.북한 최고위층 인사가 김정일의 호출로 전화통화를 한 뒤 얼마나 감격해하고 영광스러워 하던지 새삼 놀랐다』(재미 동포).
김정일의 권위는 겉보기에 거의 절대적이며 안정된 것으로 드러난다.과연 그것이 내심에서도 그러한지는 차치하더라도 권위에 복종하는 봉건적 색채가 짙게 드리워 있음을 알 수 있다.이같은 토양위에 「3년상」이 북한사회에서 골고루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비서의 얼굴이 나빠진 것을 보고 인민들은 「당비서들이 도대체 지도자 동지를 어떻게 모시길래 저런가」라며 비난하는 것이 북한사회다.지도자와 주민 사이를 「육친관계」로 느낀다』(재독 동포).
『「외국에는 일단 대통령이나 국가수반이 죽으면 며칠 안가 후임이 나오거나 정변이나 권력투쟁으로 이어진다.우리 김정일장군님은 마다하시었다.세상에 이렇게 효성이 지극하신 분이 어디 있는가」.북한의 한 인사는 나와 단둘이 나눈 술자리에 서 이렇게 털어놓았다.김정일의 승계를 지켜보는 대부분 북한사람들의 심경도그와 비슷할 것이다』(재중 동포).
김정일이 이미 군최고사령관으로 실권을 행사하므로 국가주석이나당총비서를 당장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보면서도 북한주민들은 승계를 미루는 김정일을 도덕적으로 높이 본다는 것이다.김일성이 그의 조상에 효성을 다하고,이를 김정일이 그대로 본받고,다시 당간부,그리고 인민에까지 내림이 되는 정신적 승복장치가 바로 충효인 것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이같은 충효의 뒷덜미엔 「당근」에 대신할「채찍」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른다.『김일성은 처음부터 김정일 하나만 남겨두고 정치세력들을 싹쓸이했다.김일성은 적을 제거할 때 친한 척하면서 가슴에 안아들여 등에다 칼을 찔렀다.김정일은살기가 있다.앞에서 바로 찌른다』(재일 동포).
북한에서 충효란 윤리적 가치가 아닌 또다른 이름의 공포를 의미할 수도 있다.따라서 김정일이 「3년상」을 내걸고 주석취임을미루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의례상의 미담이 아니라 북한특유의 사회체질을 바탕으로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것이다 .
▶좌절.긴장,그리고 기대 ▶金日成은 살아있다 ▶효자둥이는 충성둥이 ▶.장군님'의 軍心 달래기 ▶식량난의 허실 ▶.수용소'식 경제특구 ▶金正日 치하의 민심 ▶체제유지 자신감 있나 ▶중국=전택원 부장 ▶일본=방인철 부장 ▶美서부=안희창 기자 ▶독일=유영구 전문기자 ▶美동부=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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