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도움 덕 빨리 재건 … 한국 새마을운동 배우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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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6년 5월 26일 오전 5시55분쯤 인도네시아 남부 족자카르타주 주민들은 땅이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놀라 새벽잠에서 깼다. 이날 불과 2분여 동안 지속된 규모 8의 강진은 족자카르타주에서만 5000여 명, 인근 지역을 포함해 모두 6500여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로부터 2년이 넘은 지난달 27일 이틀 일정으로 족자카르타를 찾았다. 중심가 말리오보로를 포함한 시내 거리에선 지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순탄한 재건 작업엔 족자카르타주를 다스리는 술탄 겸 주지사 스리 술탄 하멩쿠보워노 10세(62·사진)가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독립 때 개인 재산을 털어 중앙정부의 예산을 수년간 지원한 독립 영웅 아버지 스리 술탄 9세에 이어 특별자치주인 족자카르타주를 책임지고 있다. 유력한 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다. 인구 300만 명의 족자카르타주는 인도네시아에선 유일하게 술탄이 다스리는 주다. 지난달 28일 만난 스리 술탄 10세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모델로 농촌 잘살기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부서진 가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등 재건 작업이 순탄해 보이는데.

“17만5000채의 집을 새로 지어 주민들에게 넘겼다. 학교와 대학교, 공공시설 복구도 마무리됐다. 장애가 되거나 가족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주민들의 재활을 도와주는 재활치료센터도 세웠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비정부기구(NGO)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리 감독만 했다. 한국 정부가 보내준 30만t의 시멘트와 긴급 구호식량 지원, 의료 지원팀도 큰 힘이 됐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최근 대지진이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났는데, 조언해 줄 이야기는.

“분명한 것은 사회적 단결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족자카르타에서는 정부가 준 돈으로 새집을 짓는 동안 이웃들이 피해자들을 돌봐 기본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도 건설 작업에 적극 나섰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아체 지역의 쓰나미 땐 새로 집을 지으면서 주민들이 아닌 건설업자들만 이익을 봤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는 주민들에게 직접 재건비를 지급했다.”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몇 달 전부터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와 인천~족자카르타 간 직항 개설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양국 중앙정부 간에 항공 협정을 개정해야 하지만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인프라 투자도 하고 있다. 올해 시내 공항 주변 땅을 매입해 활주로 확장 공사에 들어간다.”

-족자카르타에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

“며칠 전 경북도를 방문했다.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인도네시아식 새마을운동인 ‘데사만디리(독립마을)’를 시내에서 40㎞ 떨어진 나웽 지역의 캄풍 마을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힌두 사원이나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프람바난 사원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봤다. 복구 상황은 어떤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유니세프를 통해 지원한 자금과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의 도움으로 피해 사원 중 하나인 가루다 템플 복원이 1일로 마무리된다. 프람바난 사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시바 템플도 실내에 금이 가 돌을 하나씩 전부 들어내고 보수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시작을 못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족자카르타=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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