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성] 술과 함께하는 인생은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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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천의 얼굴을 지녔다.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밥이 될 수도 있고 연료로 둔갑할 수도 있다. 영혼을 일상에서 탈출시키는 길잡이요, 가난과 슬픔을 잊게 해주는 마법의 향이다. 사람과 늘 함께 해온 술을 『한서(漢書)』는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고 불렀다. 술의 역사는 인류사만큼 길고, 그 여정은 계속된다.

“당신은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가.” 책머리부터 술 예찬론이 솔솔 피어 오른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술 문화론을 펴는 지은이의 주사론(酒史論)은 명쾌하다. “유가(儒家)는 술을 도리(禮)로서 중시하고 실용화하였으며, 도가(道家)는 본성으로서 중시하고 즐거움을 구해 술과의 적절한 조화를 주장했다.”

술의 역사·효능·의식과 술을 권하는 놀이(酒政), 술의 해학, 금주령, 술에 관한 서목(書目) 등 모두 일곱 장에 걸쳐 시시콜콜 술을 파헤친 필자는 시인의 입을 빌려 말한다. “술은 시를 낚는 바늘이요, 서화(書畵)의 혼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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