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MBC 청룡 이종도가 베이스를 돌고 있다. [MBC 제공]
#인연의 단초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인 MBC-삼성전이 열린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 7-7로 맞선 연장 10회 말 2사 만루에서 MBC(현 LG) 5번 타자 이종도는 상대 투수 이선희의 3구를 통타, 끝내기 만루홈런(통산 1호)으로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여기까지는 웬만한 야구팬은 익히 아는 대목. 이날 야사에도 남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1호 기록이 수립됐다. ‘그라운드 난입 관중 1호’.
이종도가 응원단에 인사하려고 외야석으로 이동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군복 차림의 한 청년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 이종도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몸무게 50㎏ 안팎의 가냘픈 청년이 80㎏의 우람한 이종도를 업고 40m가량 질주했던 장면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생면부지의 두 사내는 이렇게 첫 인연을 맺었다. 26년이 흐른 지금, 그때 그 청년 송창의와 이종도가 CJ미디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이번엔 프로야구 중계 시장에서 이 위원을 업고 한번 더 달리는 송 대표다.
#이어진 인연
송창의 CJ미디어 콘텐트 총괄대표<右>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26년 전 끝내기 홈런을 친 이종도 해설위원을 업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김민규 기자]右>
#인연 뒷얘기
사실 송 대표는 그날 TV 화면에 잡히면 안 될 처지였다. 당시 송 대표는 오전에 끝나는 예비군 훈련을 “하루 종일 계속된다”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야구장을 찾았던 것이다. 이 위원을 업고 달리는 바람에 전국 시청자들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MBC 신입사원이던 그는 회사 ‘명물’이 됐다.
두 사람에게는 또 한번의 인연이 있었다. 이 위원은 현역 시절, MBC 인기프로그램이던 ‘명랑운동회’에 출연했다. 당시 송 대표는 이 프로그램의 조연출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서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송 대표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주병진 쇼’ 등을 연출하며 한국 최고의 오락 프로듀서의 길을 걸었다. 이 위원은 프로 통산 타율 0.269, 344안타, 28홈런, 176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은퇴한 뒤 지도자와 해설자로 활약했다.
글=허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