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配當은 기업이 정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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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상장회사의 배당금 지급에 관한 공시를 「액면배당률 %」에서 「주당배당금 원」으로 전환하게 한 것은 우선 환영할만한조치다. 과거 배당률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인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배당수익률이 94년 1.2%로 미국 2.8%,영국 4.4%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 고배당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 주식시장의 안정된 수요기반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무엇보다도 투자자들에게 시세차익은 물론 배당도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인식시키고 나아가 주가를 배당과 연관짓는 사고를 하도록 유도할수 있다.
그러나 주가 침체의 주된 이유를 낮은 배당수익률로 보고 배당을 올리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배당 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고 8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배당수익률이 미국보다높았다는 사실은 배당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또 배당수익률이 낮다고 그 기업의 투자가치 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실제로 88년 배당수익률이 1%,89년 1.2%에 불과했지만 이를 문제삼은 투자자가 없었다.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이익중 배당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일률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다.성장률이 높은 기업의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기 때문이다.더구나 배당성향을 고정시키면 이익의 많고 적음에 따라 배당도해마다 들쭉날쭉해져 안정된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배당정책이 기업의 고유한 결정으로 강제할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자금확보가 절실한 성장기업으로서는 배당으로 내준만큼 부족분을 신주발행이나 차입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경영권이 위협을 받거나 재무구조가 나빠 질 수도 있다.또 외부자금의 이용이 자유롭지 못한 실정에서 기업의 배당정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비교적 자주 실시되는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이 실질적으로 배당을 높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다음해에 배당을 깎지 않는 한 늘어난 주식수만큼 주주들의 배당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할인에 의한 유상증자도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경직된 자율」은 또 다른 규제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배당을 정하는 일은 기업의 몫이다.
권성철 본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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