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새단장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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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별한 아내와의 극진한 사랑을 못잊어 지절을 지키려는 배비장.그러나 제주 기생 애랑에게 첫눈에 반해 맨땅에서 헤엄치는 낯뜨거운 곤욕을 치른다.절개없음인가,새로운 사랑인가.
당돌하고 자신만만한 기생 애랑과 순진하고 소심한 배비장 사이의 웃지 못할 사랑게임을 그린 뮤지컬 『애랑과 배비장』(극본 김영수,작곡 최창권)이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서울예술단(이사장 김상식)이 창단 10주년을 맞아 신년 뮤지컬로 마련한 것.지난 66년 예그린 악단에 의해 초연된 이래 78년까지 네번이나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던 『살짜기 옵서예』가 바로 이 작품이 다.
『살짜기…』는 국내 뮤지컬 역사가 30여년밖에 되지 않은 실정에서 5회째 무대에 오르는등 공연이 꾸준히 시도된다는 점에서주목할 만 하다.
서울예술단은 최근 서양 뮤지컬 공연이 늘어나는 흐름을 역이용,우리 정서와 몸짓이 살아 숨쉬는 이 작품을 우리의 대표적 뮤지컬로 다듬겠다는 계획.뿐만 아니라 잊혀져가는 우리 것과 흥겨운 무대를 그리워하는 중.장년 관객을 사로잡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살짜기…』의 초연에선 임영웅이 연출을 맡았으며 애랑은 가수패티김이,배비장은 김상림,제주목사는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맡았었다.특히 애랑역은 초연배우 패티김에 이어 김상희.김하정.배인숙등 당대 최고 인기 여가수들이 차례로 맡아 화제 를 낳았다.
이번 공연의 두드러진 특징은 우선 애랑역에서 찾을 수 있다.
애랑역은 대대로 가수들이 맡아왔으나 이번엔 뮤지컬 전문배우 이정화가 맡았다.이로써 뮤지컬이 본 궤도에 오른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배비장은 박철호.유희성,방자역은 이희정.박성용이 번갈아 출연하며 송용태(뮤지컬 감독)가 목사역을 맡는다.
극중에서는 애랑이 목욕하며 배비장을 유혹하는 수포동 폭포 장면이 눈길을 끌만하다.국내 처음으로 무대에서 폭포 줄기가 재현될 예정.또 목석같은 배비장을 홀리는 애랑의 타이틀곡 『살짜기옵서예』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밖에 애랑의 집을 찾은 배비장이 뜻하지 않게 궤짝안에 숨어 곤욕을 치르는 장면은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연출을 맡은 유경환씨는 『단순한 희극적 무대를 넘어서 배비장의 인간적 고뇌와 애랑의 사랑을 담은 토종뮤지컬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했다.
31일부터 2월4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523-0981.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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