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 반 줄면 둘째 낳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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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중랑구에 사는 회사원 송은성(32)씨는 요즘 둘째 아이를 가질지 고민 중이다. 다섯 살 된 딸은 동생을 원하지만 양육비가 만만치 않다. 송씨가 유치원 교육비로 지출하는 돈은 월 45만원. 오후 시간에 아이를 돌봐 주는 베이비시터 비용까지 합치면 월 100만원에 이른다. 송씨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거나 학습지 등 사교육을 시킬 경우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양육비가 지금의 절반 정도만 되면 당장 둘째를 낳겠다”고 말했다.

기혼여성의 상당수는 양육에 드는 비용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팀이 전국의 25~39세 기혼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0%가 현재의 보육비 지출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유치원과 초·중·고의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75~90%였다.

이들은 양육비용이 줄어들 경우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아이의 보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여성의 74%, 유치원비를 지출하고 있는 여성의 62%는 보육·교육비가 적정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둘째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답한 여성의 15~30%도 보육비나 유치원~고등학교 교육비가 적정 수준으로 줄면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보육료와 교육비의 적정 수준은 현재 지출하고 있는 비용의 평균 40~50%인 16만~26만4000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신윤정 연구위원은 “중산층 이상의 소득 계층까지 보육비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야 출산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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