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급한 사냥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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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부터 전문 엽사들은 사냥을 엽도(獵道)라고 부르면서 스스로법이상으로 엄격한 계율(戒律)을 지켜왔다.이를테면 날지 않는 새나 휴식중인 동물에 몰래 다가가 쏘는 행위는 엽도에 어긋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엽도의 계율은커녕 법조차 지키지 않는 마구잡이식 불법사냥이나 오로지 상업목적의 사냥이 오히려 주류를 이루고 있다.인가근처에서 총질을 해대 주위를 놀라게 하는 사람이 없나,서치라이트로 야간 수렵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없나,박제용으로 팔기 위해 천연기념물을 사냥감으로 삼는 꾼들이없나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법에는 수렵이 허가지역에서만 가능하고 그것도 포획가능한 조수(鳥獸)의 종류와 마릿수,하루중 수렵가능 시간등 여러가지 제한적인 세부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런 규정들은 실제론 법전속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실정이 이런데도 당국의 단속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고발하고 신고하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고발이나 신고는커녕 약이 된다느니 하는속설을 믿고 오소리.너구리.청둥오리탕을 찾아나서 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무분별한 사냥이나 밀렵을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단속에 소홀한 당국자들의 변명은 손이 모자란다는 것이지만 관련 법에는 필요한 경우 조수보호원을 둘 수 있게 돼있고 고발.
신고에 대한 포상규정도 있다.이를 잘 활용해 지역주민들과 함께단속망을 짜야 한다.
수렵면허 때의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마구잡이 총질로 전화피복선이 벗겨진 통신사고만 지난해 충남에서 1백80건이 됐다고 한다.동물로 오인돼 주민이 다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총기도 제대로 못다루고 법이나 수칙도 잘 모르면서 면허를 따고 사냥에 나선 결과일 것이다.요즘의 수렵행태를 방치하다가는 생태계는 생태계대로 파괴되고 기타 각종 사고와 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당국은 수렵질서를 세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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