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체험! 파주 영어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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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국내 첫 영어마을이 들어선지 4년. 그동안 운영·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꾸준하다. 영어마을을 처음 와본다는 최상준(5)군과 어머니 김현정(37·고양 일산동구)씨,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영어마을을 방문한다는 김나현(4)양과 어머니 박은령(33·파주 야동동)씨 등 네가족과 함께 하룻동안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체험에 나섰다.

"신나는 요리·야외수업
아이들 스스로 말하는 횟수 늘어"


  출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 Office)에서 오늘 일정을 정하고 표를 구매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정해진 시간에 따라 진행되므로 시간표를 잘 살펴보고 코스를 짜야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여권을 받아 출입국 심사대로 가면 간단한 인터뷰 후 입장이 가능하다.
  첫 번째 코스는 콘서트 홀 무료 영어뮤지컬 관람. 방귀대장 호박이의 이야기를 다룬 ‘Pumpkin Hero’가 공연됐다. 공연 후 밖으로 나온 아이들 표정이 밝다. 건한이는 계속 입으로 ‘푸푸’ 방귀 소리를 내며 “펌킨, 펌킨”한다. 꽤나 재미있었던 모양.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점심을 먹었다.
  김은양(36·여·파주 야동동)씨는 “딸 가영이가 처음 영어마을에 왔을 땐 외국인을 보고 울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그는 “지금은 지나가는 원어민 강사를 보고 먼저 ‘Hello’하며 말을 건다”며 “집에서도 옹알이하듯 영어로 중얼거린다”고 귀띔했다.
  박은령씨는 “영어학원은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동화책을 읽고 올해부터 이곳에 주 1~2회 방문하는 것이 나현이의 영어 학습의 전부”라고 말했다. “외국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만도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를 ‘공부한다’기보다 ‘외국인과 대화하려면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공공체험을 하러 우체국 방을 찾았다. 우체국에서 하는 일 소개, 관련된 단어 익히기, 퀴즈 맞히기 등의 순서로 20분간 진행됐다. 강사가 큰 몸동작과 함께 단어를 몇 번 반복하니 아이들도 곧잘 따라한다. 그러나 평균적인 영어실력의 미취학아동에게는 수준이 다소 높은 듯 보였다. 수업 중 배웠던 ‘May I ~’ 구문을 이용, “May I have a stamp, please?”라고 말하면 여권에 도장을 하나씩 찍어주는 것으로 체험이 마무리됐다. 다음으로 경찰서 방에서는 머리색깔, 옷차림 등에 관한 표현을 배우고, 모형 감옥에서 문제를 맞히면 탈출하는 활동을 했다.
  다음은 야외공연 수업인 라인댄싱(Line Dancing). 음악에 맞춰 마카레나 춤(간단한 동작이 반복됨)을 배우는 시간이다.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상준이가 신이 났다. 김현정씨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면서 영어 표현을 익히니까 더 재밌어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마지막 순서는 아이들이 가장 고대하던 요리 체험. 요리·과일·집기 이름을 배우고, 주방에서 주의할 점을 듣는다. 메뉴는 크레페(French Crepe). 강사에게 “May I have an egg, please?”라고 말하고 계란을 하나씩 받아온다.
  재료를 섞고 휘젓는 아이들의 의욕이 넘친다. 아이들 스스로 영어로 말하는 횟수도 늘었다. 첫 방문이어선지 좀처럼 입을 떼지 않던 상준이도 강사에게 장난을 치며 영어로 말을 건다. “You want some cream?”이라는 물음에 금세 “I want some cream!”이라고 문장을 응용한다.
  이수연(28·여·파주 금촌동)씨는 “체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표현을 메모해 가는 등 엄마가 더 열심이다”며 “배운 표현을 집에서 한 번이라도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잘하는 아이들과 어울려 체험하니까 처음엔 잘 몰라도 금방 익히게 되고, 쉬운 대답이라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은령씨도 “가정에서 영어로 입을 떼게끔 하는 것은 어렵다”며 “출입국 사무소 역할극을 해보는 등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그래픽= 프리미엄 이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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