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수상소감엔 “앉은뱅이 소” 첫 방송 멘트에선 “광우병 걸린 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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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김보슬 PD는 4월 29일 방영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로 14일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김 PD는 기협 회보에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글을 보면 PD수첩의 방송 내용 중 틀린 부분이 정말로 실수였는지 의혹이 가는 대목이 적지 않다.

김 PD는 “올해 초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한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중략) 이 동영상이 미국의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만든 이른바 ‘앉은뱅이 소(Downer Cows) 동영상’이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 나온 소가 ‘광우병 소’가 아닌 ‘앉은뱅이 소’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주저앉는 소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저앉는 소가 반드시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니라는 사실은 기초적인 취재만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올해 초 나온 것이어서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PD수첩은 24일 해명에서 광우병 소라고 한 것을 ‘사회자의 실수’라고 넘어갔다.

김 PD는 또 수상기에서 “아레사 빈슨. 미국 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의 죽음에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전히 최종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시 가족들과 현지 언론, 그리고 그녀를 진료한 의사는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였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여전히 최종 확인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지만 “의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아레사 빈슨을 인간광우병 환자로 언급한 것이다.

24일 해명에서 PD수첩은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는 빈슨의 어머니가 두 가지를 혼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빈슨의 어머니가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다고 폄하하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했다”는 대목만은 받아들인 셈이다.

김 PD는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또 예상치 못하게 발화점이 됐다고 평가받게 됐다. 특종보다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점보다는 관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실의 발굴보다 특정 관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으로 객관적인 사실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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