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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신 예금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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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에 안착하면서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독무대처럼 돼버렸다.[연합]

상장기업 시가총액 400조원 시대의 주인공은 국내 증시의 안방을 차지한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전략적으로 될성부른 알짜종목만 사들여 주가상승의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다. 반면에 그동안 극심한 국내 증시의 부침에 지친 국내 투자자는 주식 투자비중을 줄여 활황장세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겼지만 이 가운데 60%가 은행 예금에 몰려 있다. 실물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운 데다 지난 2~3년간 전국을 휩쓴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증시에서 이탈한 것이다.

◇두 주역 외국인과 삼성전자=1993년까지 100조원대에 머물던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98년 5월 외국인에게 국내 증시가 완전 개방된 이후였다. 99년 4월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뒤 300조원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93년 2조9790억원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7일 97조553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000원 오른 60만원을 기록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기업 주가 아직 싸다=UBS증권 장영우 리서치헤드는 "국내 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싼 것이 매력"이라며 "외국인은 우량주를 어느 정도 사들임에 따라 최근엔 경쟁력이 검증된 회사로 매수세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은 14.28로 해외 경쟁업체인 인텔(33.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의 대니얼 유 상무는 "국내 기업의 이익과 배당성향이 크게 좋아졌는데도 한국 투자자들은 부동산과 예금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시에서 떠난 자금이 단기 부동화하면서 은행.종금.투신의 만기 6개월 미만 수신의 평균잔액이 시가총액과 같은 규모인 400조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규모는 62.7%에 불과해 미국(111%).영국(158.5%).일본(75.6%)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예금.보험에 쏠리는 개인=지난해 말 1031조2000억원을 기록한 개인 금융자산의 60% 가량은 요구불예금이나 저축성예금.양도성예금증서 등 안전자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개인들이 꾸준한 돈 굴리기보다는 안전자산 심리에 따라 저축성 예금에 돈을 묻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97년 17.7%에 불과했던 저축성 예금은 지난해 30.7%까지 증가했다.

보험 및 연금에 대한 투자비중도 2000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97~99년에는 IMF 후유증으로 인해 보험 해지가 늘어나면서 증가추세가 주춤했지만 2000년부터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노후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김동휘 조사역은 "저금리 기조가 정착된 가운데 연금시장이 활성화하고 선진형 보험상품이 등장하면서 보험 및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일본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보다 낮은 주식투자 비중=주식이나 수익증권.회사채 등 위험자산(주식+장기채권+단기채권)에 대한 투자금액은 149조7000억원으로 2002년보다 2.7% 감소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75년 이후 두번째다.

특히 개인의 주식투자금액(59조4000억원)은 통계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들은 전체 금융자산의 31.6%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장기 증시침체에 빠진 일본도 주식투자 비중이 7.4%에 이른다.

김동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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