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족 사교의 장 ‘맨슈머 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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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뷰티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소비층은 단연 ‘맨슈머(mansumer)’다. 남성(man)과 소비자(consumer)의 복합어인 맨슈머는 자신을 가꾸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에게 패션·뷰티 업계가 내민 카드는 바로 ‘맨슈머 공간’. 스스로를 가꾸면서 쇼핑을 하고 편안하게 휴식도 즐길 수 있는 ‘남성만을 위한 공간’을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 매장 내 남성전용 휴식공간 마련
  “예전엔 필요한 것만 사고 얼른 매장을 빠져 나왔어요. 그런데 요즘엔 쇼핑보다 매장에서 노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사업가 김재현(39)씨는 쇼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류 매장을 찾는 재미’다. 김씨는 “매장 내 남성전용 공간에서 미니 골프를 즐기면서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서 “이젠 쇼핑 나간 아내가 옷 가게에 앉아 몇시간씩 차를 마시며 얘기한다는 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류 매장에 있는 남성전용 휴식공간이 아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곳일 뿐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미팅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고 덧붙인다.
  상품과 함께 ‘공간’을 파는 스파·카페·쇼핑 센터 등의 주요 고객층은 단연 여성이다. 많은 여성들이 그 곳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목을 도모하고 관심사를 공유한다. 이에 비해 남성만을 위한 마땅한 공간은 없다시피 했다. 이젠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고, 쇼핑하는 문화가 남성들에게도 확대되는 추세다. 패션·뷰티업계가 이를 놓칠리 없다. 남성전용공간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프랑스 명품패션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올해를 ‘남성의 해’로 정하자 국내 에르메스에서도 남성을 위한 별도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울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점 2층에 임시로 남성전용공간을 만든 것. 방문객들은 잔디가 깔린 2층 남성복 코너에서 쇼핑을 즐기면서 골프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미니 바(bar)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골프연습 공간은 약간의 구릉을 연출하는 등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다. 이 공간은 당초 지난달까지만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다음달 중순까지 연장됐다.
 
뷰티 업계 | 프라이버시가 중요
  사실 많은 남성들도 탈모나 얼굴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운을 입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록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이 늘었다지만 아직도 상당수 남성들이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문을 연 L스파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공간을 구성했다. 여자 손님은 물론 같은 남자 고객과도 전혀 마주칠 일이 없게끔 동선을 설계한 것. 남성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게 L스파측 설명이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맨유클리닉은 여성 환자를 받지 않는 남성전용 피부과다. 일반 병원과는 달리 공동 대기실이 없고, 1인실에서 대기부터 상담·시술까지 모두를 원스톱으로 해결할수 있다는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그래픽= 프리미엄 김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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