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TV 간접광고 규제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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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TV 방송에 간접광고가 급증하면서 감독 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기업들이 특정 TV 프로그램을 지원하는지를 확실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FCC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TV의 간접광고가 유난히 늘어난 데다 노골적으로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티보(TiVo) 등 방송 녹화기술의 발달로 TV 광고를 아예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늘어나자 기업들은 갈수록 간접광고를 중시하는 추세다. 실제로 올 1분기 간접광고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정도 늘었다. 기업들의 지출액도 지난해보다 33.7% 증가한 29억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폭스TV의 신인가수 선발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 등 최고 인기 프로조차 노골적으로 간접광고를 하자 시민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 탁자 위에는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져 있는 컵이 항상 등장하고 있다.

결국 23개 시민단체는 최근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우려가 높은 간접광고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편지를 FCC에 보냈다. 이렇게 되자 FCC가 규제 강화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FCC는 간접광고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방침은 아니다. 대신 어떤 TV프로그램이든 특정 기업들의 간접광고가 있을 경우에는 이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쪽으로 규제 가닥을 잡고 있다. 지금도 간접광고가 있으면 이 사실을 프로그램 말미에 밝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방송사들은 지원 회사 이름을 깨알 같은 글씨로 짧게 자막 처리하고 있어 사실상 시청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FCC는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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