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홍대앞 길 ‘걷고 싶은 거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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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거리’ 홍대 앞 도로가 리모델링된다. 현재의 왕복 3차로 차도(사진左)를 줄여 인도를 넓히는 등 걷기 편한 길(조감도右)로 바뀐다. [마포구청 제공]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서교로를 따라 홍익대 정문까지 올라가는 500m 정도의 길. 홍대 앞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다. ‘인디밴드’의 음악이 있는 라이브클럽과 각종 공연장·화랑, 이국적 취향의 카페 등이 주변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 걷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길도 좁지만 노점상까지 보도 한쪽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마포구는 내년 9월까지 48억원을 들여 홍대 거리를 걷기 편한 문화예술의 거리로 리모델링하겠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왕복 3개 차로 중 2개를 줄여 보행로에 합치고, 나머지 1개 차로는 일방통행만 허용할 계획이다. 보행로 중간에는 작은 거리광장을 마련해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착공은 내년 3월로 예정하고 있다.

◇걷기 편한 거리로 리모델링=홍대 거리는 문화·상업적으로 지역의 중심축이지만 폭이 20m 정도로 좁아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았다. 차량 소통은 다소 불편해지더라도 사람이 다니기에 편해야 한다는 것이 마포구의 결론이다. 서울시도 현재 추진 중인 ‘디자인 서울거리’ 사업에 홍대 거리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마포구는 홍대 거리를 보행로 15.5m와 차도 4.5m로 개편할 계획이다. 넓어진 보행로에는 가로수를 두 줄로 길게 심고,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쉬어 갈 공간을 확보한다.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보는 정자목 개념을 도시에 적용한 ‘정자목 쉼터’도 조성해 지역의 명물로 가꾸기로 했다.

보도와 차도의 경계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한다. 최근 개통한 망원동 자전거 전용도로와 연결하면 연남동~성산동~망원동을 거쳐 한강시민공원까지 이어지는 레저형 자전거 코스가 마련된다고 마포구는 설명했다.

이용근 마포구 도시디자인과장은 “거리 전체에 통합 디자인 설계를 도입하겠다”며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간판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가로등 같은 조명시설도 홍대 앞이란 분위기에 어울리게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지하보도는 미술 전시장으로=지저분하게 방치된 서교 지하보도는 거리 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서교 지하도는 동교동 쪽에서 양화로를 건너 홍대 입구로 오는 길인데, 주변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지하도 가운데에는 ‘그래피티 아트(낙서 미술)’로 보이는 대형 벽화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종 쓰레기와 불법 벽보 등으로 매우 어지러운 상태다.

마포구는 홍대 앞 거리 리모델링과 연계해 서교 지하도를 ‘로드 갤러리(거리 미술관)’로 가꿀 계획이다. 출입구의 경관은 산뜻하게 바꾸고 내부 벽면은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용근 과장은 “홍대는 미대가 특히 강하기 때문에 로드 갤러리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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