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금융관리체계 대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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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뉴질랜드의 경제개혁 작업이 정부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대되고있다. 12년전 노동당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급진적 경제개혁 실험이 이제 민간영역인 금융부문으로 확대돼 제2라운드를 맞게된 것이다.
금융개혁의 뼈대는 시중은행에 대한 중앙은행의 관리.감독을 사실상 없애고 예금주들이 직접 은행의 신용도를 감시토록 하겠다는것이다. 3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이달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관련법규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의 직접 감독을 받지 않는 대신 분기별로 은행의 모든 경영상황을 일반에 공시토록 의무화 했다.여기에는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포함된다.이 제 예금주들은 스스로 거래은행의 안전도를 평가해야 하며 은행이 파산해 돈을 떼여도 철저히 자기 책임이다.중앙은행의 구제금융은 원천봉쇄됐다.
은행들은 자율경영의 폭을 넓힌 대신 스스로 예금의 안전성에 대한 고객신임을 얻지못할 경우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하지만 뉴질랜드 금융계에선 이번 금융개혁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시를 자주 하다보면 금리변동과 같은 시장위험이나 대규모 대출등 일시적 경영압박 요인들이 확대 해석될 소지가 큰데 과연 일반 고객들이 공시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민간금융부문에 까지 과감한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그동안 정부부문에서 이룩해낸 개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노동당정부는 지난 84년 『경제부흥을 위한 중단없는 개혁』을선언하고 먼저 공공서비스 부문의 수술에 착수,정부조직에 기업경영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정부권한을 대폭 민간에 넘기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부문의 재무제표가 작성됐다.
공무원들에 대해 서비스성과를 철저히 물어 중앙은행 총재의 경우 물가억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 해임되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지난 85~94년사이 중앙핵심부처의 공무원수를 절반이하로 줄여버렸다.
이런 대대적 개혁으로 뉴질랜드는 80년대의 불안기를 극복,이제 3%성장에 2% 인플레라는 안정된 모습을 갖췄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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