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넌저리(?)가 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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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학창 시절 ‘이 많은 과목을 왜 다 배워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는지. 누구나 자신 있는 과목이 있는 반면에 지긋지긋하게 싫은 과목도 있었을 것이다.

이럴 때 친구들과 “수학은 정말 넌저리가 나” “영어 단어 외우는 건 이제 넌절머리가 나”라고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지긋지긋하게 몹시 싫은 생각’을 나타낼 때 이처럼 ‘넌저리’ ‘넌절머리’ 등을 사용해 “넌저리 치다/ 넌절머리가 나다”와 같이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기로 ‘넌더리’ ‘넌덜머리’라 써야 한다.

‘넌더리’를 ‘넌저리’라 잘못 쓰는 이유는 ‘넌더리’와 비슷하게 쓰이는 ‘진저리’란 단어 때문이다. “이제 그 사람 얘기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에서와 같이 ‘몹시 싫증이 나거나 귀찮아 떨쳐지는 몸짓’을 의미하는 ‘진저리’가 비슷한 느낌을 줘 ‘넌저리’로 잘못 쓰이는 듯싶다.

‘넌더리’와 ‘진저리’의 둘째 음절이 다르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그러면 헷갈려 쓰지 않을 수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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