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폴린 엔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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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4면

비디오를 빌려보다보면 한 제목 아래 각각 다른 주인공과 내용으로 진행되는 스타일의 영화를 자주 보게 된다.옴니버스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보통 20~30분씩 진행되는 이 방식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주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에로틱한 영화의 거장 잘만 킹 감독도 이 수법을 즐겨 사용한다.새해 출시된 『폴린 엔젤스』(우일)도 옴니버 스의 장점을잘 살린 특이한 스타일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 총기획.제작한 이 영화에는 화려한 명성을 지닌 할리우드 스타들의 대거 출연이우선 눈에 띈다.
『백야』『블루 벨벳』의 이자벨라 로셀리니,『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피터 갈라거,『광란의 사랑』『주라기 공원』의 로라 던,『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저지 드레드』의 다이앤 레인,『다이하드』『의적 로빈훗』의 앨런 리크먼등 그야말로 호화 배역이다.단역처럼 출연한 대배우들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새로운 맛을준다. 「노련한 사기꾼」「간접 살인」「당신이 떠난후」의 세편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40년대 「천사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빗나간 사랑.사기.도박.폭력등 타락한 인간 군상의모습을 제목에서부터 풍자하고 있다.
매편 시작되기 전 주제를 암시하는 멘트가 마치 CF를 연상시키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영상속에 녹아든다.그리고 영화는 주인공이 화자가 돼 서술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노련한 사기꾼」은 아내가 모아둔 돈을 들고나가 노름으로 탕진한 주인공이 길에서 이상한 신혼부부의 차에 동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사기극.
로라 던의 찡그린 미소가 인상적인 「간접 살인」은 남자에게 한눈에 반한 여자가 벌이는 안타까운 사랑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처리했다.
「당신이 떠난 후」는 사라진 금발미녀 그레첸을 둘러싸고 백만장자와 마피아 두목의 지시를 동시에 받은 사립탐정의 얘기를 담았다. 치고받는 영화나,공연히 벗기는 영화에 짜증난 영화팬이라면 머리를 식히기 위한 색다른 분위기 조성용으로 괜찮을듯 싶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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