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골프 해금' 멀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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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수성(李壽成)총리가 현정권의 공직사회에서는 사실상 금지된 골프를 치려다 전격취소하는 해프닝이 발생,공직사회의 「골프해금(解禁)」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핸디18(보기플레이어)수준의 李총리는 당초 휴일인 7일오전 의정부 로얄골프장에서 이영우(李迎雨)서울대병원장등 서울의대교수들과 골프모임을 가질 계획이었다.
李총리가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해준 李원장등 의대교수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지난 연말 모임을 약속했다는 게 총리측근의 설명.
그러나 李총리측은 이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6일오전 황급히 『골프약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송태호(宋泰鎬)비서실장은 『날이 춥고 7일 다른 일정이 잡혀있는 데다 연초부터 골프를 치는 모양새가 좋지않아 취소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부킹(예약)취소는 이미 며칠 전에 이뤄졌으며,7일오후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명성황후』관람 일정이 잡혀있었다는 게 총리실의 공식설명.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골프에 대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사전교감부분.
李총리는 6일 『목요주례보고때 대통령의 내락을 받았느냐』는 보도진의 물음에 『대통령 자신이 안치겠다고 했지 언제 골프치지말라고 한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宋비서실장은 『총리는 공직자가 골프를 쳐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연스러운 기회가 오면 골프를 치게 될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총리실의 다른 고위간부는 『李총리는 대통령이(골프치는 것에 대해)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해 사전에이에관한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언제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한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金대통령은 스스로 재임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밝혔고 李총리가 金대통령의 의중을 물었을 때 이런 원칙을 되풀이한 것으 로 안다』고설명. 이 관계자는 또 『재임중 골프를 치지않겠다는 金대통령의입장에 변함이 없는 만큼 지금까지 지속돼온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질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李총리가 金대통령의 원칙적인 발언을 조금 달리 해석한 것 같다』고 설명.
결국 李총리는 아무 생각없이 한 개인적 골프약속이 「공직사회골프금지」관행과 맞물려 관심을 끌자 굳이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없다는 판단에서 철회하지 않았냐는 게 현재로선 지배적 관측이다. 새정부 출범직후 김종필(金鍾泌)당시 민자당대표가 주말골프를나갔다가 곤욕을 치렀던 사실도 총리실내부에서는 적잖게 거론되고있다. 한편 일부 고위공직자는 『향후 李총리가 소신있게 골프채를 잡으면 골프해금시대가 오지도 않겠느냐』며 은근히 李총리가 총대메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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