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올림픽 좌절 책임진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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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 배구계가 바람 잘 날이 없다.

한국 배구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남녀 모두 초대받지 못했다. 배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구협회장을 포함해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배구계 안에서 일고 있다.

일단 배구협회(회장 장영달)는 회장을 빼고 나머지 집행부 이사들이 총사퇴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책임지고 사퇴한 인사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소리 없이 집행부에 복귀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배구계 중진들을 중심으로 회장 퇴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갈피 못 잡는 배구협회=장영달 회장은 올림픽 예선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상무이사를 교체키로 하고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정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17일 이사회 인준 과정에서 교체키로 했던 김형실 전무를 유임시키는 등 인사를 원점으로 돌렸다.

배구협회는 “정동기 인천배구협회장을 상임 부회장에 내정했지만 규정상의 문제점이 발견돼 어쩔 수 없이 전무를 유임시켰다”고 해명했다. 남자 강화이사 선임 때는 내정자가 발표 과정에서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배구계 인사는 “당초 남자 강화이사에 이종경 경기대 교수를 낙점하고 본인 동의까지 받았는데 막상 발표 때는 강만수 비치발리볼이사로 바뀌었다”며 “장 회장이 임의로 바꿨는지, 아니면 누군가 바꿔치기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이사는 올림픽 예선 당시 대표팀 단장을 맡았었다.

◇이틀 만에 그만둔 감독=18일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문용관 전 대한항공 감독이 이틀 만인 20일 자진 사퇴한 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협회는 “문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팀을 맡을 수 없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나중에 설명하겠다”는 말만 주변에 남긴 채 잠적한 상태다. 이에 따라 21~22일 울산에서 열릴 월드리그 이탈리아전에서는 서남원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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