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화친조약 100주년인데 양국 국민 反感은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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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영국.프랑스 화친조약(Entente Cordiale) 체결 100주년을 맞는다. 1904년 국제사회의 새 강자로 부상하던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맺어진 이 조약은 나아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양국 협력과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1세기가 지난 오늘 파리와 런던은 양국 협력의 상징인 고속철 유로스타로 2시간40분의 거리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등으로 벌어진 양국 국민의 괴리감은 좀처럼 좁혀질 줄 모른다.

◇영국 여왕 프랑스 방문=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영국.프랑스 화친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5일 프랑스를 방문했다. 52년 즉위 후 네번째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위해 여왕은 무엇보다 양국의 외교 불화 해소를 촉구했다.

여왕은 이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현재의 정치적 긴장이 우리를 장기간 분리시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둘러싼 양국의 마찰을 의식한 듯 "위대한 두 국가가 유럽과 대서양동맹 어느 것에서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도 11월 영국을 답방, 100년 우정을 확인할 계획이다.

◇부족한 상호 신뢰=화친조약 100년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감정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유럽 통합과 이라크 전쟁 등 문제에서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프랑스.영국에서 동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두 나라 사이에 여전히 애증이 교차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상대편을 믿을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프랑스인이 51%, 영국인이 55%였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프랑스인들이 47%, 영국인은 40%다.

서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영국인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로 먹는 것과 마시는 것, 거만함, 기분 나쁨, 배반자 등을 꼽았다.

프랑스인들 역시 영국 사람들에 대해 섬나라, 혼자 행동하는 사람, 자급자족, 친미, 이기주의자 등의 단어를 연상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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