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 딸 찾은 1등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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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치용 삼성화재 남자배구 감독(右)이 딸 신혜인(신세계)의 경기를 지켜본 뒤 격려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수고했어.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

"아빠. 더 잘하고 싶었는데-."

6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04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신세계-우리은행의 경기. 경기가 끝나자 신세계 신혜인(19)은 코트 밖으로 달려나왔다. 환한 미소로 맞은 이는 삼성화재 남자배구단 신치용(50)감독. 농구계의 '얼짱'으로 사랑받는 신혜인은 그의 둘째딸이다. 딸이 프로무대에 데뷔하고도 겨우내 배구리그 때문에 바빠 경기장을 찾지 못했던 신감독은 시즌 마지막이 돼서야 "한번은 꼭 갈게"라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여자농구 국가대표선수를 지낸 부인 전미애(45)씨와 첫째 혜림(21) 등 가족 전원이 뭉쳤다.

신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지난 2일 막을 내린 배구 'KT&G V-투어 2004'에서 남자부 6개 투어와 챔피언결정전을 싹쓸이 우승했다. V-투어(수퍼리그 포함) 77연승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반면 신혜인의 신세계는 올 시즌 14연패를 기록한 꼴찌 팀. 20경기 가운데 세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이미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된 상태여서 덜 치열했다.

하지만 아빠가 경기장에 온 것에 고무됐는지 신혜인은 자신의 시즌 최고득점에 1점 모자란 14점을 올렸고, 신세계가 89-70으로 우리은행을 꺾는 데 한몫했다.

춘천=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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