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차는 재건축 … 집값 잡히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 강도높은 개발이익환수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부 고밀도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주춤하게 됐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등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주택시장 불안의 진원지인 재건축을 잡아야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9일 시행될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는 당초 예상보다 강화됐다.

정부는 또 부실한 안전진단에 대해선 직권조사권을 발동하고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사에 대해 세무조사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개발이익환수제 더욱 강화=건교부는 5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를 제외한 모든 재건축아파트 단지에서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이 발효되는 5월 19일 이후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이 1%만 늘어나도 임대아파트를 반드시 지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증가면적이 30평 미만인 단지에 대해 환수제를 적용하는 않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예외규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건축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최소한의 실마리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5월 18일까지 사업승인(사업시행인가)을 받는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 증가분의 10%를, 5월19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단지는 증가분의 25%를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다만 5월 18일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고 재건축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50가구 미만 단지는 전체의 8% 선인 1200곳(8만3000가구)에 불과해 재건축 초기단계 단지들이 대부분 환수제 대상에 오르게 됐다.

◆ 아파트값 오름세도 꺾일 듯=정부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의 수위를 높임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잠원동 대한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계속된 '엄포'에도 값이 많이 올랐지만 막상 강도높은 환수제가 시행될 경우 재건축 시장이 움츠려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도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덩달아 오른 재건축 초기단계의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이달 하순 들어 재건축 매수 문의가 많이 줄어들었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집주인들의 개발 기대심리가 높아 호가는 떨어지지 않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재건축 매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매수자들이 없어 곧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던 재건축이 조정을 받을 경우 일반 아파트도 약보합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강남권에선 가격이 떨어지면 매수하겠다는 대기 수요층이 많아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 투자 체크 포인트=서울지역에서 재건축은 추진절차를 따져본 뒤 개발이익환수제 영향을 덜 받는 단지 위주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환수제를 적용받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어느 정도 추가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다만 환수제 대상에서 벗어나더라도 정부가 일반 분양가 책정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므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반분양가를 높게 매겨 조합원 부담을 낮췄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게 된 때문이다.

또 정부가 나서 안전진단 직권조사를 할 경우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나 강남구 대치동 은마 등은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주택 안정 대책이 주로 재건축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재건축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택국장은 "2003년 10.29 대책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보다는 규제가 덜한 경기도 안산.화성.용인.평택 등의 재건축 단지를 눈여겨볼 것을 조언한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 아니어서 개발이익환수제, 소형 평형의무비율, 후분양제 등 각종 재건축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안전진단 통과나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