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삼국지'… 만화가 고우영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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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고우영씨

만화가 고우영씨가 25일 낮 12시30분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씨는 1970년대 초반 일간스포츠에 '임꺽정'을 연재하면서 일간지 극화만화 연재시대를 연 장본인으로, 이후 '삼국지''수호지''일지매'등 동양고전을 소재로 맛깔나게 해석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조조를 간교한 인물로, 유비를 어진 성군으로 보는 통념을 뒤집은 '삼국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고인은 부산 피난시절 중학생 신분으로 '쥐돌이'라는 만화로 데뷔했고, 이후 고교재학중인 50년대 중반 만화가였던 형님이 일찍 세상을 뜬 뒤 그 연재작을 이어받아 '추동성'이라는 필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자신의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가루지기'의 메가폰을 잡아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의 제15,16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만화계의 살림도 이끌었다.

젊은 시절부터 수렵.여행을 즐기는 등 만능스포츠맨이었던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지난 2002년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수술 이후 병석에서 일어난 그는 두 차례나 연재가 중단됐던 '수호지'를 단행본으로 완간하고, 해박한 동양고전지식을 활용해 한자관련 만화를 그리는 등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만화가협회관계자는 "최근 암이 다시 재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청강대 교수)는 고인에 대해 "한국서사만화의 거목"이라면서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다양한 독자를 대상으로 평생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만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평가를 바꿔놓은 '별'같은 존재였다"고 애도했다.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9시.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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