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NGO] "네팔 인재양성" 꿈을 심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한국기아대책기구의 한 회원이 지난달 27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150㎞ 떨어진 바라터풀의 인근 빈민촌에서 어린이들과 얘기하며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모습. [바라터풀=민동기 기자]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 마타티르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상경한 이농민들의 빈민촌이다. 1950~60년대 우리나라 서울 변두리를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다. 마실 물조차 넉넉지 않아 배만 볼록한 어린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빼앗긴 채 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5세 이하 유아 사망률 1000명당 110명(한국의 10배), 70%에 이르는 여성 문맹률 등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의 모습을 마타티르타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아대책기구(KFHI)는 마타티르타에 꿈과 희망을 심고 있다.

2002년 3월부터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지금까지 570명의 학생을 후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11만5000달러를 들여 500여명을 수용하는 '마타티르타 기초학교'를 완공했다. 현재 KFHI가 교사 선발과 재정지원을 책임지고 있다.

5년째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KFHI 박재면(45) 네팔지부장은 "이 학교에서 네팔의 미래인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게 될 것"이라면서 "네팔을 부국으로 만드는 인적자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에서 150km 떨어져 있는 네팔의 5대 도시 중 하나인 바라터풀. 절벽과 산을 뚫고 아슬아슬하게 난 좁은 도로, 그것도 절반 이상 부서진 아스팔트를 따라 6시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KFHI는 이곳에서 네팔 최고의 보건대학을 운영하며 '보건 영재'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97년 39만달러를 지원해 세운 바라터풀 보건대학은 KFHI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 정해광(53)학장은 "학생 245명, 교수 9명으로 한국 기준으로는 보잘것없지만 평균 50대 1의 입학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네팔에서는 인재들이 모이는 유일한 보건 요원 양성 전문대학"이라고 자랑했다.

네팔의 보건 상태는 열악하다. 산골 마을에서는 응급환자가 생겨도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팔 당국은 전국 700여개 지역에 1차 치료를 위한 보건소 운영을 추진 중이다. 바라터풀 보건대학은 이 보건소에서 일할 보건 보조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졸업생 215명이 네팔 각지로 퍼져나갔고 한국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곳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대사(大使)'역할을 하고 있다.

솜 나스 포우델 네팔 교육부 차관은 "네팔 교육 발전은 바라터풀 보건대학을 기본 모델로 할 것"이라며 "한국의 지원으로 네팔 국민의 수명이 늘고 유아 사망률이 낮아지게 되길 기대한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이 대학에 앞으로 5년간 매년 5만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한 상록수 명륜교회의 이상철(43)목사는 "한국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네팔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아대책기구=89년 설립된 이 민간단체는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을 비롯해 해외 각국에 129억여원을 지원했다. 우간다.르완다.에티오피아.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학교 사업, 우즈베키스탄에서 농업 사업, 타지키스탄 등지에서 의료 사업을 추진하는 등 후진국 국민의 자립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카트만두.바라터풀=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