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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환자도 격렬한 운동 즐길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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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이왕표(50.사진(右))선수. 그는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3년 WWA(세계프로레슬링협회)챔피언에 등극, 29차 방어에 성공한 뒤 타이틀을 반납했다가 2000년 3월 챔피언십을 다시 획득, 현재까지 6차 방어전에 성공했다.

그런 그가, 사각의 링 속에서 혈투를 벌이며 사자후를 토하는 그가 천식환자라면 누가 믿을까. 11일 이선수가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나타난다. 타이틀 방어가 아니라 다른 천식환자들과 함께 거북이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이사장 김유영 서울대 의대 교수)와 천식.알레르기운동본부(사무총장 최병휘 중앙대 의대 교수)가 주관하는 천식주간(5~11일)행사의 홍보대사로 임명된 그는 이날 차내 금연운동을 위한 '클린 카 캠페인'발대식에도 참석한다.

◇이왕표 선수 따라 하면 천식 걱정없다=이선수에게 천식증상이 나타난 것은 10여년 전. 시합이 끝나면 늘 오랜시간 숨이 찼지만 '심한 운동을 해서 그러려니'하고 지나쳤다. 그러다 4년 전 폐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가까운 이화여대 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조영주 교수)를 찾은 것이 천식 치료를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이선수는 "처음엔 폐기능이 정상인의 60%에도 못 미치는 심한 상태였다"며 "그동안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그는 링에서는 포효하는 호랑이였지만, 진료실에선 의사 말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생이었다. 진단 즉시 교수의 지시에 따라 먹는 약과 흡입제를 하루도 빠짐 없이 사용했다. 또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정기검진도 받았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에게 '건강'이라는 선물로 화답했다. 그는 "치료를 받은 직후부터 운동을 해도 힘들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지난 한해만 30여 차례 경기를 가졌으며, 올해도 20회 이상 시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선수의 폐기능 상태는 일반인과 동일한 정상. 요즘엔 하루 두번 흡입제 치료만 하고 있을 정도다. 이선수가 환자들에게 권고하는 말은 교과서적이지만 의미심장하다. 그는 "천식은 환자들이 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라며 "관리만 철저히 하면 일상생활은 물론 어떤 심한 운동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이선수는 수십년 동안 애연가였다. 그러던 그가 천식 진단을 받고 곧바로 금연에 들어갔다. '흡연은 천식의 원인이면서 악화요인'이라는 의사의 말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특히 노년기 천식의 주된 원인은 흡연과 폐기능 감소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조상헌 교수는 "65세 이후에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5배(4.8배)나 높다"고 말했다. 그가 클린 카 운동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차내 흡연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천식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천식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어린이 천식환자 유병률은 남자 10~15%, 여자 7~10% 선. 이러한 환자 분포는 20~30대에 3%대로 떨어지지만 40대 후반부터 다시 증가, 60대엔 10.1%, 70대엔 15%로 급증한다.

천식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영주 교수는 "^감기를 앓은 뒤 한달 이상 기침을 하는 경우^자다가 심한 기침.숨이 찬 증상 때문에 깬 적이 있는 경우^찬바람 부는 날 가슴이 답답하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는 경우^운동 중 남달리 숨차고 기침이 나는 경우엔 즉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단계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2단계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평상시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장기간 받아야 한다. 이때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다간 기관지에 흉터가 남아 점차 회복 불가능한 만성 폐기능 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

◇응급상황 대처법도 알아두자=천식환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응급상황(천식 발작)에 부닥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자신은 물론 보호자도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사용법 등 응급처치법을 익혀야 한다. 만일 응급조처를 했는 데도 반응이 없을 땐 응급실을 찾는 게 안전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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