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경기, 더 강한 정신력 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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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대세(검은 양복 왼쪽에서 둘째) 등 북한 선수단이 공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축구대표팀 간판 공격수 정대세(일본 가와사키)가 난생 처음 서울 땅을 밟았다.

정대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 남북한전(22일 오후 8시·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위해 북한팀과 함께 19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때 한국을 찾았지만 당시는 김해공항으로 입국, 서울에는 오지 않았다.

북한팀의 입국을 지켜보기 위해 수십 명의 기자가 몰려들었으며 공항 주변에서는 경호업체 TRI와 국정원 직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오후 9시29분쯤 북한팀이 탑승한 비행기가 착륙하자 수차례 경호 경험을 가진 그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다. 이윽고 오후 10시10분 공항 내부에서부터 국정원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북한 대표팀이 A출구로 나와 옆쪽 비상구로 빠져나가 숙소인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로 향했다.

‘인민 루니’라는 별명의 정대세는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다. 올 2월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 정대세는 북한이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놀라운 스피드와 개인기로 한국 수비를 무너뜨리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근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허정무팀의 수비라인을 감안할 때 정대세는 골치 아픈 존재다. 그는 월드컵 3차예선에서 아직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는 꾸준히 득점을 쌓고 있다. 올 시즌 13라운드까지 5골을 터뜨려 득점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남북전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 누구보다 북한 선수답다. 그는 18일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남북한 경기는 언제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축구 현실은 남한보다 열악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골 넣겠습니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정대세는 재일동포로선 북한팀에서 일찌감치 입지를 굳힌 드문 케이스다. 재일동포 양용기(센다이)·이한재(히로시마)·양규사(은퇴) 등도 정대세에 앞서 북한팀에 뽑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 함께 선발된 안영학(수원)도 들락날락하다 최근에야 자리를 잡았다. 탄탄한 실력에 낯선 북한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정대세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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