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발등에 불 떨어진 KB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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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다른 구단과 트레이드가 결정됐는데 선수가 가기 싫다며 소송을 건다.
▶갑자기 팀의 에이스가 일본으로 가겠다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우승을 노리는 돈 많은 구단이 전년도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을 싹슬이한 반면 어느 구단은 단 한명의 선수보강도 못했다.
▶우수선수가 모두 해외로 진출해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28일 LG를 상대로한 임선동의 지명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원고 승소로 판결난뒤 프로야구단들이 가상한 것들이다.
프로야구계는 이 판결이 프로스포츠의 특수성을 무시했다는 점을지적하고 있다.즉 프로스포츠에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일반법률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박기철기획실장은 「프로야구는 스포츠 행위지 상업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의 선택권이나 리그가입제한등담합행위가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는 22년 미국 대법원의 판례를 예로 든다.
박실장은 『만일 지난 28일의 판례대로 완전한 자유경쟁의 원리를 프로스포츠에 도입한다면 돈 많은 구단만이 우승할 전력을 갖추게 된다.이렇게 되면 우승팀이 뻔해져 흥미를 유발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당 연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프로스포츠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동안국내 프로야구의 스카우트제도는 지나치게 구단측에 유리하게 돼있었다.심지어 KBO의 규약은 「현대판 노비문서」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결국 KBO의 소신없는 행정과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구단의 구태의연한 운영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O는 「본안소송을 준비하겠다」며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KBO와 8개구단은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외국인선수수입등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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