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95주역들의 이색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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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못난 노태우(盧泰愚),외람되게 국민 여러분께 세배올립니다.저땜에 얼마나 가슴아프셨습니까.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탄식이하늘에까지 미칠 것을 생각하니 구치소에서도 잠이 잘 안옵니다.
그래도 저는 단식을 안하고 하루 세끼 꼬박 꼬박 잘 받아먹고있습니다.그 이유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보다 더 깊다고 저는 자부합니다.제가 만약 다시 광명을 찾는다면 국민 여러분을 부처님처럼 모시렵니다.한분 한분에게 3천배(拜) 를 올리겠습니다.그러려면 우선 몸이 건강해야겠죠.』 『저 전두환(全斗煥)은감히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저를 반란 수괴(首魁)라고 하는데,제발 나쁜 뜻으로만 해석하지 말아 주십시오.수괴는 악당의 두목 또는 무뢰배의 두령 아닙니까.그러나 괴(魁)는 으뜸 괴,클 괴,헌걸찰 괴라고 합 니다.괴성(魁星)하면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첫번째 별입니다.
그래도 꼭 반란수괴라고 불러야 한다면,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반란수괴가 만든 정당과 작당한 분들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합니까.「저항한다,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답변만은 꼭 들어야겠습니다.국민 여러분께 세배올립니다.
』 『저 김대중(金大中)은 생사를 건 투쟁을 선언하는 바입니다.신한국당이 추진하는 과거 청산이 이 김대중 죽이기로 연결되고있습니다.그들은 노태우.전두환에게 이렇게 협박하고 있습니다.「김대중에게 돈을 주었다고 하라.」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치졸합니다. 애당초 그들이 잘했다면 왜 제가 국민과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정계에 복귀했겠습니까.사람 몇사람 바꿨다고 개혁이 됩니까.그것은 또 하나의 사기극(詐欺劇)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하는데,국민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새해에도 모두 건승 (健勝)하십시오.』 『서울 강남(江南).서초(瑞草)구청장,시민 여러분께 세배올립니다.34년만에 실시된 6.27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서 저희 2명만 각별히 사랑해 주신데 대해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지금 엉뚱한 오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저희 2명만 사랑받은 그 선거결과가 과거청산이라는 이 나라 최대의 정치폭풍을 몰고 왔다는 것입니다.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희들은 그것이 영광인지 수치인지 몰라 얼떨떨합니다.』 『교육부장관,인사 드립니다.입시제도 또 바꾸었습니다.어지러우시죠.어지러우시면 세계화.정보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바로 이번 교육개혁의 지향점이니까요.
학생은 적성에 따라 지원하고 대학은 성적대로 뽑는다는 단순한원칙도 교육부가 주물럭거리면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정교한 제도가 돼 나옵니다.여러분들의 교육부는 세계 최정예(最精銳)입니다.』 『저희들 박승현(朴勝賢).유지환(柳智丸).최명석(崔明錫),세배드려요.음력 시월에 또 대형사고가 난다는 요언(妖言)이있었대요.그래서 저희들이 간절히 빌었어요.대형사고는 삼풍(三豊)으로 충분하다고요.저희들의 기도가 통했나보죠.』 『북한산 허공(虛空)도사,국민 여러분께 여쭙니다.인생이란 희극입니까,비극입니까.기쁨인가요,슬픔인가요.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됩니까.』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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