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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70달러대로 빠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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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내년 유가 급락 전망을 처음 제기하고 리포트를 만든 주인공은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인 김경원 전무다.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1991년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증권실장을 거쳐 98년 IMF TF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앞다퉈 유가 200달러를 외치는 시점에서 유가 급락을 전망한 이유는 뭘까.


한때 138.54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기준)는 지난 6월 10일 131.3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전인 2007년 6월 8일의 65달러에 비해 약 2배가 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유가가 장기추세치를 20% 이상 초과하는 오버슈팅(Overshooting)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33달러이던 평균 유가는 2005년 61달러로 불과 2년 사이에 2배로 올랐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수요 급증이 가장 큰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의 급등 현상은 버블이 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러한 유가 급등이 지속돼 조만간 유가가 200달러(골드먼삭스) 또는 250달러(러시아 국영석유회사 가스프롬 사장)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원유 트레이더들의 주문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경제적 펀더멘털로 볼 때 2008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는 지금 수준에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각에서는 향후 몇 분기 안에 유가가 최고치 대비 절반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큰 폭의 조정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신뢰성 있는 미래의 유가 전망을 위해서는 최근의 유가 급등의 원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가인상의 요인은 크게 수급과 금융요인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급 측면에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인도 등의 수요 폭증이다. 이 중 특히 중국의 고도 성장은 유가 급등의 주요한 요인이다.

2005년 이후 2007년까지 중국의 3년간 총투자 증가율은 25%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GDP 대비 총투자 비율은 2001~2002년 평균 36%에서 2006년 52%, 2007년에는 무려 56% 수준으로 증가했다.

중국 재정적자 커지면서 투자 위축

이 수치는 다른 개발도상국이 고도성장 단계에서 보였던 최대 투자비율인 40%를 훨씬 넘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의 역대 최고 투자비율은 91년의 40%였고, 일본의 경우 73년의 39%다.

중국은 왜 이러한 무리해 보이는 투자를 감행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베이징 올림픽 때문이다. 투자 급증세가 베이징이 올림픽 주최도시로 확정된 2001년 다음 해부터 나타났으며 특히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전체 투자를 리드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서양 열강에 침탈당하던 19세기부터의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세계의 수퍼 파워로 귀환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들에게 발전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절실했고, 이러한 국가적 의도는 막대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05년 이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석유 가격은 두 자릿수가 넘는 중국의 고도성장세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답은 부정적이다. 중국의 높은 투자 증가는 재정적자 누적 등으로 올림픽이 끝나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기 힘들다. 2009년 이후에는 이전까지의 증가율에 매우 못 미치는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성장률도 2009년 이후는 중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7%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2004년 이후 꾸준히 제기해 온 가능성이다. 만약 중국의 투자 증가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의 수요 또한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되거나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원유가격은 올 하반기 또는 2009년 중으로 크게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만약 중국 경제의 둔화가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세가 떨어지는 경착륙 양상을 보일 경우 다른 요인 없이도 원유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잠재성장률까지 하락)는 얼마만큼의 유가 조정으로 이어질 것인가? 추론하기는 힘드나 그동안 중국 성장률과 유가 변동 간의 관계로 추정컨대 현 유가 수준의 20% 정도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적 관점에서 향후 유가가 어떻게 될지 살펴보자.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투기자본 개입은 최근의 석유가격 폭등의 직접적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분석한 계량 분석 결과 지난해 8월 이후 올라간 유가 상승분의 45%가 이러한 금융적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이자율을 연 5.25%에서 2.0%로 3.25%포인트 내렸다. 이에 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까지 연 4.0%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국 중앙은행(BOE)도 연 5.0%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로와 달러의 금리차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도, 유로화 및 파운드화 매수를 가져왔고, 그 결과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됐다. 달러화 약세가 결국 달러 표시 원유 가격의 폭등을 가져온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향후 미국 금리는 더 이상 내리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의 안정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원유가격 상승 부담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금리 인하가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계 부담의 경감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야기된 물가 상승 압력의 완화를 위해 FRB는 조만간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도 반전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한 원유 가격의 하락도 예견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입된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가는 큰 폭의 하락을 보일 것이다.

유가 오르는 데 베팅하는 것은 위험

결론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세의 둔화와 함께, 달러 약세 반전을 포함한 투기요인의 해소가 현실화되면 지난해 8월 이후 유가 상승분의 90%가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전의 ‘저렴한 에너지’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립킨이 주장한 ‘수소 경제’가 현실이 되는 등 획기적인 기술 진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유한한 자원인 석유 및 여타 원자재 가격의 장기 추세선은 상향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은 지난 몇 년간, 특히 최근 1년의 급등세는 과도한 것(오버슈팅)이며, 과도한 급등세 후에는 장기 추세선을 크게 밑도는 과도한 급락세가 이어진다는 시장의 속성에 기댄 바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많은 경제 주체는 현재의 높은 유가가 지속될 것에 대한 대비책만 강구하고 있다.

물론 유가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볼 때 이러한 대비책도 필요하지만 유가가 조만간 2007년 7월 이전의 가격으로 돌아갈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도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사업 및 헤징 전략도 위험하다는 말이다.

물론 유가 하락 가능성 자체가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데다, 우리의 자원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하락 시점을 원유 자원의 확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중국 경제가 급랭하고, 유가 하락으로 자원 부국의 수입 수요가 감소할 경우 우리의 수출 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alexk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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