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위험 과장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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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기름값 전망이 춤을 추고 있다. 골드먼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를 내놓은 이후 세계는 공포에 떨고 있다. 어떤 곳은 연내 250달러까지 오른다고 전망해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적 다국적 투자은행들의 초 고유가 전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믿게 하고, 예언이 적중한 것처럼 다시 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맞는 것인가.

우리나라 대표적 민간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반격에 나섰다. 유가 200달러 공포가 과장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 미 달러화 약세로 원유로 몰린 투기 자금이 빠지고 올 하반기 중국 올림픽 특수가 끝나면 내년엔 유가가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가 급락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유가 전망 문제를 총력 분석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지난달 말 “앞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내에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골드먼삭스가 내세운 유가 200달러 주장의 근거였다.

세계의 이목은 매일 아침 전해지는 기름값 변동에 쏠렸다. 기름값 게이지에 웃음과 한숨이 반복되는 게 2008년 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촌의 현실인 것이다.

실제 2007년 6월 배럴당 65달러 선이었던 국제 유가는 최근 13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1년 만에 두 배가 올랐다.

기름값 폭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세계적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유가 200달러 시대가 그리는 불안한 미래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충격파는 다른 어느 곳보다 크다.

원유 수입 부담이 늘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외환보유액 감소와 원화 값 폭락으로 이어져 제2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의했고 항공사들은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최근 10조원 규모의 유가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난국을 헤쳐가기엔 미흡한 대책이란 평을 들어야 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눈에 확 띄는 기름값 전망을 내놨다. 기름값이 지금의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무슨 근거로 이런 예측을 했을까. 200달러, 250달러 소리에 놀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버슈팅(overshooting)은 또 다른 오버 슈팅을 부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유가 급락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가가 과장되게 폭등해 있기 때문에 폭락의 시점이 곧 도래한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폭락의 시점을 내년으로 점쳤다.

이 연구소는 지난 4월 ‘세리 CEO 강연’(삼성경제연구소가 CEO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강연)에서 처음 유가 급락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글로벌 자원 전쟁과 한국 기업의 대응’이란 리포트를 통해서였다. 이 리포트는 2001년 이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투기 자본에 의한 거품이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투기 자본이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

미국의 금리 인하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고 내년에 달러 가치가 상승되면 원유로 몰린 투기 자금들이 철수하면서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통계 자료에 의해 분석한 원유의 가격 상승 요인 중 투기 자금은 무려 40.3%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꼽은 유가 급락의 또 다른 요인은 중국 리스크다. 올해 중국이 올림픽을 마치면 건설 쪽으로 몰린 원유 수급 요인들이 급락하며 오버슈팅된 원유 가격이 진정기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김경원 전무는 “거품 요인들이 사라지는 내년엔 배럴당 120~130달러 선인 현재 유가가 그 절반인 60~70달러 선으로 급락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유가가 급락 조정될 것이란 확신을 갖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2006년과 2007년까지는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해오다 올해 초부터 방향을 선회했다. 각종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기 자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수요로 인한 버블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 급락 시나리오를 올해 초부터 그룹 내부적으로 공유해 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부 발표는 삼가다 세리 CEO 강연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김 전무는 “우리가 내놓은 전망은 원자재 가격이 완전 폭락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가격이 과장돼 있는 만큼 내년에는 거품이 꺼지는 조정 시기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지금의 유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이든 정부든 거품이 꺼지는 시기에 대비해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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