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요즘 자동차 회사들 ‘중고차 값 사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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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차는 물론 수입차까지 앞다퉈 ‘중고차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새 차를 잘 팔려면 중고차 값부터 지켜야 한다는 계산이다. 중고차 값은 브랜드 이미지 및 신차 판매와 직결된다. 한국 차들이 미국 신차 시장에서는 일본 차에 꽤 맞서지만 중고차 시세가 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차를 살 때 3년 뒤, 5년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고객들로서는 업체들의 ‘중고차 가격 보장’ 제안에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현대자동차도 나서=현대는 17일 2009년형 베르나를 출시하면서 ‘중고차 가격 보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를 산 고객이 나중에 현대차 중고차처리센터로 넘기면 일정 금액을 돌려준다는 것. 3년 이하는 구입가의 최대 58%, 5년 이하는 40%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업계 1위 현대차가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처음이다. 소형차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현대차 중에서도 유독 베르나의 인지도가 경쟁 모델보다 낮은 연유를 중고차 값에서 찾은 것이다. SK엔카에 따르면 2005년식 베르나 1.6 가솔린 고급형의 시세는 830만원이지만 동급 프라이드는 940만원으로 100만원 넘는 격차가 난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르나의 모델 인지도를 끌어올려 소형차 부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 보장의 원조는 옛 대우자동차다. 이 회사는 1997년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 주는 신종 할부제도를 도입해 승용차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GM대우는 2006년 이를 부활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주력 모델인 토스카와 윈스톰을 할부로 구입할 경우 3년 뒤 중고차 값 55%를 제외한 나머지만 매달 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우차판매의 안석수 팀장은 “일반 할부보다 초기 부담이 적어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쌍용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한동안 이를 따라오기도 했다.

중고차 지키기 움직임은 비싼 수입차도 예외가 아니다.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업체인 FMK는 이달부터 ‘2008년형 콰트로포르테 오토매틱(1억9900만원)’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3년 뒤 최소 50%의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 준다. FMK 김지은 팀장은 “수입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중고차 값이 갈수록 떨어져 고객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식인증 중고차’ 판매도 성행한다. 중고차업체 SK엔카는 지난달 말부터 르노삼성자동차가 1년 2만㎞의 품질을 보증하는 SM시리즈 중고차를 판다. 국내차 업체가 중고차의 품질을 직접 보증하는 건 처음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중고차 값을 높이는 건 신차를 잘 파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BMW·크라이슬러·포르셰 같은 수입차 업체들은 아예 직접 ‘인증 중고차’ 판매를 위한 전시장을 운영한다.

◇유의할 점=중고차 가격 보장의 혜택은 사실 심리적인 면이 크다. 안석수 팀장은 “고객의 큰 걱정이 중고차 값인데 이를 일정 수준 보장해 줌으로써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서비스 조건이 만만찮다. 베르나의 경우 현대차를 재구매하는 경우에 한해 중고차 값을 보장한다. 또 주행거리나 차량 상태에 따라 보장 액수가 생각보다 떨어질 수 있다. GM대우의 경우 사고 차량은 그 부위에 따라 중고차 값을 일부 깎는다는 단서 조항을 내건다.

3년 뒤 50~58%라는 보장 비율이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있다. 3년이 지나도 신차의 중고차 시세가 60~70%대를 유지하는 차종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기대에 비해 실질적 보장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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