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쇠고기 반대’ 광고비 거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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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쇠고기 수입 반대 신문 광고비’라는 명목의 돈을 거뒀다 돌려줘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인천 북부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B초교의 전교조 소속 박모(25·여) 교사는 12일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학생 33명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촛불시위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수업을 실시했다. 박 교사는 이 수업을 마치고 ‘미친 소 너나 먹어’란 문구가 쓰인 배지를 나눠줬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박 교사는 A4 용지 1쪽짜리의 가정통신문에서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될 무렵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광우병 문제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급식에서 나온 쇠고기 볶음밥을 먹기 싫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서 100% 찬성으로 조금씩 돈을 모아 광고를 내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저의 생각과 아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신다면 회신문과 함께 2000원을 6월 16일까지 아동 편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마음이 되시면 조금 더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밝혔다. 반 학생 일동의 이름으로 ‘대통령님~~ 학교 다시 다니세요!! 민주주의도 배우지 못했나요?’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라는 광고문구도 예시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 16명이 모두 3만2000원의 광고비를 학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사는 수업 내용과 가정통신문 발송 사실을 전교조 인천지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박 교사의 행위는 이 학교의 다른 학부모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정치적 문제를 수업할 수 있느냐”며 경찰과 교육청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박 교사는 물의를 빚자 광고비 명목으로 거둔 돈을 학부모들에게 최근 되돌려 준 것으로 전해졌다.

B초교 측은 “문제의 가정통신문은 박 교사가 혼자 제작해 학교의 결재를 받지 않고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게 수업자료 및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고 경고조치를 내렸다.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은 “가치관이 성숙하지 못한 초등학생들은 교사가 말하는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특정 주의·주장을 펼 때는 교육적 관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녀를 맡긴 학부모에게 광고비를 요구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기환·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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