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남녀공학 효율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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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 덕원고(교장 이성한)가 남녀공학에서 남학교로의 복귀를 신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학교의 남학교 복귀 신청은 남녀공학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이 학교 법인인 덕원학원과 교직원회·동창회·학부모회 등은 공동으로 지난 10일 대구시교육청에 남학교로의 복귀를 신청했다. 지역 일부 학교가 남녀공학 체제를 남학교 또는 여학교로 전환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덕원고처럼 정식으로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 측은 신청서에서 “6년간 남녀공학을 해 본 결과 교직원·학부모·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성한(54) 교장은 “특성이 다른 남녀 학생의 생활지도 등은 물론 남녀 학생을 문과·이과로 4개의 교육과정을 진행해야 하고 체육처럼 교과목이 다른 데도 같은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년별 14학급 중 5학급이 여학생 반이며, 전체 학생 1609명 중 615명이 여학생이다.

이 학교는 수성구 황금동에서 현 욱수동으로 2003년 이전 개교할 때 남녀공학 전환이 전제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수 학생을 뽑아 쉽게 공부시키겠다는 이기심에서 남학교로의 복귀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덕원고는 황금동 시절 대구에서 이른바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인근 다른 학교에 비해 명성이 옛날 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장은 그러나 “솔직히 얘기하면 우수 학생 유치도 어려움이 있다”고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홍목(54) 행정실장은 “남자 중학생은 남녀공학을 진학하면 여학생에 비해 내신 성적이 불리하다며 교통이 불편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덕원고는 남학교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학부모 대표와 동창회·학생·교사 등은 지난 4월 ‘남고 복귀 추진 준비위원회’를 구성, 활동 중이다.

동창회원·학부모 등을 상대로 복귀 서명운동을 받는 한편 지역 유지와 주호영·이한구 국회의원 등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남학교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공학이 장점이 더 많다며 교육 당국이 지속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대구의 경우 전체 89개 고교 중 53.9%인 48개교가 남녀공학이다.

또 시지 일대는 인문계 고교가 덕원고·시지고 밖에 없어 덕원고가 남학교로 바뀌면 시지고는 여학교로 바뀌어야 할 형편이다. 여학생의 원거리 통학 등 학생 배정에 많은 문제점이 생겨서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김동환씨는 “학생 배정과 직접적 관련이 있어 단순히 덕원고 차원에서만 검토할 사항은 아니다”며 “충분히 검토해 이번주 중 결과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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