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설립 정부서 허용 … 원지동 추모공원 사업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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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답보 상태에 있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조감도) 건립 사업이 가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시가 추모공원 건립 조건으로 내세웠던 종합병원 설립을 국토해양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이 지역이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병원 건립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서초구는 추모공원 건립에 계속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원지동 76번지 추모공원 부지 17만3973㎡ 중 40%의 토지 용도를 바꿔 종합의료시설을 짓고, 나머지에는 추모공원을 짓기로 국토해양부와 합의를 봤다”고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다음달 초 이 일대 부지 측량 및 토지 보상에 착수해 2012년까지 추모공원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화장시설은 지하에 설치하고 그 위에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 사업 예산으로 400억원을 배정해 놓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바뀜에 따라 서울시로서는 추모공원 사업의 장벽 중 하나가 해소된 셈이다.

서울시가 원지동 추모공원 구상을 처음 발표한 것은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을 맡던 2001년.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해 있는 그린벨트 지역인 원지동에 화장로 21기를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줬으나 주민과 서초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3년 절충안을 내놓았다. 화장로를 11기로 줄이고, 추모공원 안에 국립의료원 같은 종합의료시설을 유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추모공원 반대 소송을 내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지난해 4월 서울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추모공원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토지 용도 변경권을 갖고 있는 건교부(현재의 국토해양부)가 서울시의 제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건교부는 “병원 건립은 그린벨트를 풀어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도권 팽창에 반대하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한몫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서울시의 발표와 관련, 서초구청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화장로를 5기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전체가 아니라 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화장 수요만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추모공원 반대 시민 모임인 ‘청계산수호시민연합’의 배기봉(71) 회장은 “병원 설립 허용에 관계없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추모공원=화장장이라는 용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추모공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화장률은 2006년 말 68.2%였으며, 내후년에는 80.4%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화장장은 경기도 덕양구 대자동에 있는 승하원(벽제화장장) 한 곳뿐이며 서울 안에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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