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인기몰이…없어서 못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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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가에 주가연계증권(ELS)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기 좋은 ELS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뺏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모두 11조5900억원 규모의 공모형 ELS가 발행됐다. 이달에도 이런 흐름은 계속됐다. 이번 주에만 10개 증권사에서 26종의 ELS를 판매 중이다. 최근 연기금 중 한 곳이 3500억원을 일시에 ELS에 투자하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사상 최초로 한 달 발행액 3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상대적 안정성 돋보여=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받는 구조다. 이런 주식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이라고 한다. 주로 코스피200이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가 변동폭이 작은 우량 종목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부 ELS는 아예 원금을 보장해 주기도 한다.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은 데 비해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은 은행 예금보다 높다. 이번 주 발행된 ELS의 경우 원금 보장형은 연 6% 수익을 제공한다. 원금 비보장형 가운데는 연 20%가 넘는 수익을 좇는 상품도 나왔다.

보통 만기가 3년이지만 최근 나오는 ELS들은 대부분 중간에 조건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하는 구조다.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기 상환되는 ELS도 크게 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발행한 ELS를 집계한 결과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19건의 ELS 가운데 314건(75%)이 조기 상환됐다. 설정된 지 하루, 또는 일주일 만에 조기 상환되는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ELS는 대개 한 번에 200억~300억원 규모로 발행된다. 요즘엔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다. 증시가 조정 받자 주식 투자를 잠시 쉬는 고객에게 단기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면서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 강남센터장은 “단기 투자를 원하는 20~30명 안팎의 고객을 모아 원하는 조건의 ELS를 발행한 뒤 펀드에 묶어 파는 사모 ELF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ELS=몇 년 전만 해도 ELS의 기초자산은 한 종목만으로 설계되는 등 단순했다. 예컨대 코스피200지수가 최초 설정 때보다 40%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연 20%의 수익을 보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대부분 기초자산을 두 개로 하는 투스타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초자산의 성격도 삼성전자나 롯데쇼핑과 같이 변동성이 극히 낮은 종목에서 두산이나 현대중공업과 같이 주가 등락이 꽤 큰 종목으로 확대됐다. 최근엔 아예 외국 지수만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 김강수 부장은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주식처럼 원금 손실이 난다”며 “3~6개월 뒤의 주가가 중요한 만큼 가입 시점에 지나치게 오른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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