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비엔날레>上.세계적 거장들 테크놀로지 아트 '경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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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뤼미에르 형제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리옹에서 영화를 발명한지 올해로 꼭 100년.리옹에서는 이를 기념해 하이테크를 이용한 예술작품들만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있다.지난 20일 시작된 리옹 비엔날레가 바로 그것.올해로3회를 맞은 이번 비엔날레는 특별한 테마없이 영화.비디오.컴퓨터를 이용한 테크놀로지 아티스트 64명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현지에서 리옹 비엔날레의 전모와 큐레이터 인터뷰,출품 대가들과 초청 한국작가들의 작 품세계 등을 두번에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註] 한마디로 고도(古都)에서 열리는 초현대적인 미술전람회였다.
도시 어느 곳을 가도 역사의 흔적이 느껴지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옹.여기에서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브루스 노먼.
빌 비올라.백남준등 20세기의 가장 바쁜 예술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전 유럽을 삐걱거리게 했던 프랑 스의 대규모파업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날 한장소에 모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리옹 비엔날레 덕분이었다.
지난 91년 첫번째 비엔날레가 열렸을 때만 해도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용 전시행사에 그쳤었다.리옹시는 세번째를 맞이하는 올해 비엔날레에 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시네마.비디오.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64명의 현대미술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굵직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국제적인 비엔날레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비엔날레는 리옹 시내 북서쪽에 위치한 론(Rhone)강변과 아름다운 테트 도르(Tete D'Or)공원 사이의 시테 앵테르나시오날(Cite Internationale)지역에 있는 두개의 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다.지난 1,2회 비엔날 레가 열렸던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es) 구미술관과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에게 설계를 맡겨 새로 지은 현대미술관이 그것이다.
4층 규모의 신축 현대미술관에는 지난 63년 비디오아트를 처음으로 선보인 백남준과 울프 보스텔의 작품을 비롯해 그 맥을 잇고있는 브루스 노먼.개리 힐.제프리 쇼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티스트 20명의 작품이 전시돼 테크놀로 지 아트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유리로 이루어진 계단을 올라 2층에 있는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커다란 TV 3대로 둘러싸인 파란색소파. 폴 서먼의 작품 『텔레마틱 비전(Telematic Vision)』으로 두 미술관을 연결하는 독특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혼자 소파에 앉아 앞에 있는 화면을 보면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아 내손을 잡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카메라 장난이 아니라 구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또 다른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을내 모습과 함께 볼 수 있도록 기계 장치를 한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이처럼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예술작품으로 응용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이런 경향은 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구미술관에서 잘 볼 수 있다.
커다란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300쯤 내려간 곳에 위치한구미술관에는 93년부터 95년까지 현재의 테크놀로지 아트의 흐름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 45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층 로비 가운데 있는 폴 서먼의 작품을 지나 중앙 계단을 올라서면 스위스작가 그라우만의 작품 『라울 픽터가 그린다…』를볼 수 있다.얼핏보면 매킨토시 컴퓨터 한대와 컬러 프린터 한대가 무슨 작품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하지만 화면 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울 픽터가 방안의 책을 찾기도 하고 가끔씩 생각에 잠기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이렇게 작업을 다 마치면 그림을 들고 방을 나선다.프린터가 시작된다는 사인으로 조금 뒤 프린터에 그림이 인쇄돼 나온 다.
이번 비엔날레는 이처럼 첨단 과학기술이 예술이라는 목적 자체를 압도해버린 듯한 인상을 주었다.예술작품이 전시된 전람회장이라기보다 국제박람회(EXPO)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이런 가운데 다분히 서정적이고 명 상적인 분위기를 띠는 한국의 젊은 작가 육근병과 김영진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김영진은 8대의 기계 장치와 비디오를 이용해 벽면과 천장의 물방울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 『액체(Liquide)95』로 주목받아 현지 여러 화랑들로부터 전시 제의를 받기도 했 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18일까지 9주동안 계속된다.
리옹(프랑스)=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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