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없는 망년회 업계 새풍속 확산-올 송년행사 변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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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업들 망년회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망년회=폭음」이라는 도식이 사라지고 가족동반에 재즈감상이나사회봉사,혹은 스키장등 레저타운에서 겨울을 만끽하며 한해를 정리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경향은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과 관련,재계 회장들이 법정에 서는등 비자금사 건 여파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LG패션(대표 申弘淳)은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임직원과 가족및 협력업체대표 1,200여명을 초청,종무식을 갖고 대강당에서 재즈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으로기업망년회를 대신할 계획이다.이 자 리에는 국내 정상급 재즈연주자들이 출연해「술없는」 재즈 축제를 펼칠 예정이다.
LG패션은 특히 이날 행사에 초청하는 협력업체 대표와 임직원중 기혼자는 배우자를,미혼은 애인이나 이성친구를 초대할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족과 함께하는 망년회로서 새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23일 창립 32주년을 맞은 중앙개발(주)(대표이사 許泰鶴)은 유공사원과 우수협력업체 포상위주의 간단한 기념식만 가진 후 임원들의 사회봉사활동으로 망년회및 창립축하행사를 대신했다.
임원들은 23일 오후 두팀으로 나눠 남산원(서울중구예장동).
상록보육원(서울관악구남현동)등 직원들이 평소 자원봉사활동을 벌이던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중앙개발은 이날 조촐한 창립기념행사로 남긴 예산과 임직원들이갹출한 자금으로 선물도 마련했다.
이 회사 사회봉사단장인 박노빈(朴魯斌)상무는 25일 『처음에는 다소 생경했으나 의례적 소비성 행사를 던져버리는 것이 건전한 연말보내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부서나 팀단위로 스키장등 레저타운에서 1년을 정리하는 직장도 늘고 있다.
건강도 생각하면서 분위기 전환도 노리는 이런 「실속파」들은 주로 서울에서 가까운 스키장등을 골라 1박2일 정도의 코스를 택한다. 이런 모임은 용평스키장등 시설은 좋지만 서울에서 먼 곳보다는 서울 근교가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포천 베어스타운에는 12월 이런직장인 단체 망년 스키모임이 40여건이나 잡혔다.
적게는 40명에서부터 많게는 100명단위인 이들 팀은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퇴근후 스키장을 찾아 가벼운 회식후 다음날 스키를 배우거나 타는 것으로 일정을 진행한다.
베어스타운 판매촉진부 강운혁(姜運赫)대리는 『지난해에도 이런스키망년회가 있었으나 올들어 특히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1박2일동안 팀원 33명과 베어스타운에서팀망년회를 가진 안기식(安基植.삼성전자 메모리본부 S램 설계팀)과장은 『스키장에 처음 가본 팀원들도 많았으나 모두들 반응이좋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급격히 늘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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