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40주기 기념문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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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수영 시인의 40주기를 맞아 서울 홍대 앞에서 기념 문학제가 열렸다. [사진=양영석 인턴 기자]

“(전략) 난 달려갔네./도시를 지나/또 다른 도시를 지나/너른 들판으로 강가로/하나도 춥지 않았어./바람이 속옷처럼 날 감싸고/강 내음이 내 구석구석을 핥으며/향수를 뿌려주었으니까./난 두꺼운 나무 외투를 걸치고/대지의 한가운데 잠들었네.(후략)”-김수영 40주기 헌정시집 중 ‘늑대의 옷’(이철성)

16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입구 이리카페에서는 김수영 40주기 기념 문학제가 열렸다. 1968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김수영 시인이 사망한 지 꼭 40년이 되는 날이다. 김지녀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문학제에는 시인의 아내 김현경씨와 여동생 김수명씨, 서동욱·김행숙씨 등 젊은 문인 50여 명이 참석해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과 그들의 헌정시를 낭송했다. 조연호 시인은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를 연주했고, 이용인 현대무용가는 김수영의 시 ‘풀’을 주제로 한 무용을 선보였다. 또 이철성(극단 꽃 대표) 시인은 김수영에게 바치는 헌정시 ‘늑대의 옷’을 1인극 형식의 퍼포먼스로 펼쳤다.

이들은 최근 헌정시집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민음사)도 발간했다. 김수영이 사망한 이후 태어난 시인들이 각자가 해석한 김수영을 산문과 시 한 편씩으로 담아 표현한 책이다. 『거대한 …』을 기획한 서동욱 시인은 “김수영은 미래의 시를 끊임없이 현실의 시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봤다”며 “각각의 시인이 자신의 시각으로 김수영의 시를 창조적인 틀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모두 ‘작은 김수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학제에는 김수영을 사랑하는 독자 30여 명도 참석했다. 현대시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신철규(29)씨는 “학교 문학회의 선배가 ‘네게는 어렵겠지만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라며 소개해 준 김수영 전집을 읽으면서 김수영의 시 세계에 빠져들었다”며 “김수영은 세상의 거짓 화해에 대해 고민했고 ‘너와 나의 차이’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지금도 내게 고민을 던지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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