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향후 10년 ‘산업 간 벽을 넘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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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보기술(IT) 산업의 국내외 리더들이 모처럼 서울에 모여 인터넷 중심 미래 경제를 그려본다. 17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참석차 각국의 간판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입국했다. 16일에는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업체인 스카이프의 조시 실버맨 사장이 내한해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스카이프는 3억9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는 “머지않아 스카이프 인터넷전화의 모든 기능을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소니의 휴대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깔아 이동전화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버맨 사장은 “한국에서도 이동통신업계와 협의해 휴대전화 단말기로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PC에 웹캠만 설치하면 무료 영상통화를 즐길 수 있다. 미국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도 진행자가 스카이프 영상통화로 패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스카이프의 전 세계 통화가 36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서비스 개시 4년6개월 만에 처음 생긴 일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회사 이베이의 스카이프 매각설에 관해 “이베이는 지난해에 스카이프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건 만큼 회사를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장관회의에 앞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비즈니스 이해관계자 포럼’이 열렸다. 우리나라 양대 통신업체 CEO인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남중수 KT 사장이 연설자로 나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 청사진을 펼쳤다.

김신배 사장은 “새로운 수익모델 없이는 모바일 컨버전스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을 인터넷이 주도했다면 앞으로 10년은 인터넷이 무선통신과 결합하는 모바일 컨버전스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소비자의 주머니만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무선 통합 음악서비스인 멜론과 모바일 싸이월드, 위치기반 서비스인 T-맵처럼 SK텔레콤이 벌이는 다양한 모바일 컨버전스 서비스를 소개했다. 김 사장은 또 “컨버전스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중복 규제가 점차 느는 추세”라며 “규제정책도 업계에 미치는 장·단기적인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인터넷TV(IPTV)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IPTV야말로 인터넷이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만들어낸 가장 새롭고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미래 인터넷 경제는 창조·신뢰·융합의 바탕 위에 인접영역과 다른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IPTV를 활용한 ‘클리어 스킨(Clear Skin)’ 기술을 인터넷과 이종산업 융합의 새 모델로 제시했다. 클리어 스킨은 IPTV 콘텐트 위에 가상의 투명막을 씌워 시청자가 자신의 관심사항, 콘텐트에 등장하는 제품 정보 등을 얻게 하는 것이다. 남 사장은 “클리어 스킨은 혁신적인 매체광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나리·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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