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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숙사 습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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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세대 강원도 원주캠퍼스 기숙사에는 두 달간 때아닌 설문지가 돌았다. 설문 항목을 보면 ▶가격은 어떤지 ▶이삿짐용 박스가 공짜인지 ▶친절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묻는 내용. 다름 아니라 택배회사를 선정하기 위한 설문이었다. 설문이 진행되는 동안 ㈜한진 강원지점에 근무하는 김재우씨는 근무시간의 절반 정도를 대학가에서 보냈다. 연세대 등 원주 소재 대학교들의 ‘기숙사 택배’ 물량을 선점하려는 노력이었다.

택배업계에 대학 기숙사 물량 쟁탈전이 치열하다. 김철민 한진 과장은 “기념일이 많은 5월과 달리 6월은 장마까지 끼여 최악의 택배 비수기지만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기숙사 택배가 뜨고 있다”고 전했다. 방학이 되면 기숙사를 비우고 고향에 가든지 하숙·자취 등을 하는 학생들의 이삿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기숙사가 있는 대학은 175개로 기숙사생 인원이 15만 명 정도다. 방학이 지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물량까지 치면 두 배인 30만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김 과장은 “한 학생이 부치는 짐이 평균 다섯 박스로 전체 물량은 150만 박스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연세·인하·경북 등 63개 대학과 총 14만 상자의 기숙사 택배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한국외국어대 등 30개 대학과 약 5만 박스를 계약했다. 대한통운은 23개 대학 학생회와 계약해 3만여 상자 정도를 배송할 계획이다.

택배사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값은 일반 택배보다 많게는 3000원 정도 싸졌다. 동부익스프레스의 김병국 차장은 “기숙사 택배를 유치하려고 학교 선후배 인맥까지 동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못지않게 회사 인지도 제고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택배는 고유가와 물류난 시대에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각광받을 소지가 있다. 김보형 대한통운 택배영업팀장은 “차량이 이곳저곳 쏘다니지 않고 사흘 정도 집중적으로 기숙사 택배를 해 동선이 단순하고 유류비·운송시간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택배시장은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 CJ GLS 4대 메이저를 비롯해 전국 네트워크 회사가 16개에 달하는 등 서비스 공급이 포화상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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