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KIA ‘막가는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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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K-기아전 8회 초 SK 투수 윤길현(왼쪽 사진)과 기아 타자 최경환(오른쪽 사진<左>)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임현동 기자]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지만 경기 막판까지 뜨거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SK와 KIA가 맞붙은 15일 인천 문학구장에는 두 차례나 양팀 선수들이 뛰쳐나와 마운드 부근에서 대립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SK는 2회 말 박경완의 좌월 투런포로 선취점을 얻었다. 3회 말에는 박정권의 중월 투런홈런 등으로 4점 더 달아나더니 4회와 5회에도 점수를 뽑아내며 9-0까지 벌렸다. 양적·질적으로 단연 돋보이는 SK 불펜진을 고려할 때 역전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상황. 경기 중반에 돌입하기도 전에 승패(SK 10-1 승)는 결정됐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0-9로 뒤진 KIA의 6회 초 공격, 선두 타자로 나온 김원섭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무관심 도루로 2루에 도달했다. 장성호의 희생타로 3루까지 간 김원섭은 최경환의 2루 땅볼 때 홈을 밟았다. 마운드를 지나 천천히 3루 더그아웃 쪽으로 향하던 최경환이 갑자기 뒤를 돌아 SK 선발 레이번과 맞섰다.

오랜 미국생활(1994년부터 99년까지 마이너리그 선수 생활)로 영어에 익숙한 최경환과 레이번의 말다툼이 길어지자 양팀 선수들이 벤치를 박차고 뛰어 나왔다.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었다. 레이번은 전날에 이어 KIA 선수들이 무관심 도루를 한 것을 두고 “너희 그렇게 2루를 훔치지 말라”고 지적했고, 최경환은 “너희 팀 2루 주자가 사인을 훔치고 있다”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다. 일단 둘의 오해가 풀리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 풀리지 않은 앙금이 8회 초 다시 분출됐다. SK의 두 번째 투수 윤길현이 최경환을 맞아 던진 공이 머리 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 최경환은 타석에서 물러나 윤길현을 노려봤다. 대개 위험한 공을 던진 투수는 모자를 벗거나 고개를 숙여 미안한 표시를 한다. 하지만 ‘후배’ 윤길현은 마운드 위에서 천천히 타석 쪽으로 걸어 내려오며 맞대응했다. 불손하게 여길 수 있는 태도에 ‘선배’ 최경환이 흥분했고, KIA 선수들이 뛰쳐나와 윤길현 주위를 둘러쌌다. 곧이어 SK 선수들도 마운드 근처로 몰려나왔다.

이번에도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몇몇 선수들은 얼굴을 붉히며 거친 언사를 내뱉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표출했다. 실망한 관중은 선수들에게 불쾌함을 나타냈고 물병이 선수들 근처로 날아들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우리에 6-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내달렸다. 한화는 잠실 LG전에서 7-4 역전승을 거뒀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젊은 타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에 9-1, 완승을 거뒀다.

인천=이은경·하남직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무관심 도루(Defensive Indifference)=수비팀이 주자를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성공한 도루를 말한다. 대부분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승패가 굳어진 상황에서 발생한다. 기록원은 수비 측 배터리의 의도를 파악한 뒤 무관심 도루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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