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산당 躍進.러시아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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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러시아 하원선거에서 반(反)옐친세력이 약진한 것은 주목할만하다.초반 개표결과 예상대로 공산당이 선전(善戰),제1당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최근 동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옛 공산세력복귀가 러시아에도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이 제1당이 된다 해도 옛 소련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스탈린식 공산주의를 이미 포기했다.또 의석수로도 현재의 개혁정책을 바꾸기엔 크게 부족하다.러시아는 지난 93년 12월 개헌에서 의회가 대통령결정을 번복( 飜覆)하려면전체의석 3분의2이상의 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고려할 때 이번 선거가 앞으로 러시아 정치에 미칠 영향은 크다.이번 선거는 내년 6월 실시될 대통령선거 전초전(前哨戰)의 성격을 지녔다.그럼에도 여당인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이끈 「우리 조국 러시아」는 패배했으며,옐친진영과 연합할 수 있는 개혁성향 정당들도 저조를 면치 못했다.이로써 옐친의 내년 대통령선거 승리전망은 매우 불투명해졌다.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옐친의 건강도 악재(惡材)다. 공산당약진과 함께 보수.민족주의성향 정당들의 선전도 주목된다.육군 장군출신 레베드가 이끄는 민족주의정당 러시아공동체는 처음 치르는 선거임에도 15%이상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들은 앞으로 의회에서 「강한 러시아」를 소리높 이 외칠 것이다.뿐만아니라 러시아국민들도 경제난.빈부격차.사회불안등으로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이번 선거가 예상밖으로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옐친의 개혁정책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산당과 보수파 부활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들은외교.안보에서 군사력을 중시하며,남북한에 대한 외교적 균형을 표방하고 있다.우리의 대(對)러시아외교는 그동안 자유민주계.중도계에 치우친 감이 있다.차제에 공산.보수파에 대해서도 관심을갖는 균형있는 외교정책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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