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부족분 지난해의 2배 … 650만명 굶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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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한의 비료 지원이 끊기면 북한의 농산물 생산량은 30% 가까이 떨어질 겁니다.”

2년째 평양에서 근무중인 스위스 개발지원청(SDC) 북한 사무소장 카타리나 젤위거(사진)는 남한의 비료 지원 중단이 가져올 심각한 식량난을 걱정했다.

지난 12년간 북한 지원 문제를 다뤄온 젤위거 소장은 2006년부터는 아예 평양에 상주하면서 농업개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북한 기아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농업 발전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의 참상을 알리는 동시에 국제적 지원 확대를 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방문을 한 그를 11일(현지시간) 뉴욕 스위스 유엔대표부에서 만났다.

스위스는 1997년 평양에 개발지원청 사무소를 개설했다. 현재 이곳에선 외국인 4명과 북한인 2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젤위거 소장은 대북 문제에 기여한 공로로 2005년 ‘지학순 정의평화상’을 수상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추산으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166만t에 이른다. 지난해의 두 배로, 2001년 이후 최대 폭이다. 게다가 외부 식량지원이 이뤄져도 모든 북한 주민이 혜택을 보느냐는 다른 문제다. 정확한 실상은 모르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북한도 최근의 세계적인 식량난에 영향을 받는가.

“북한 신문과 라디오에서도 식료품비 급등 소식을 전한다. 심지어 평향 시민들까지 식량 배급이 불규칙해지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지방을 다녀온 외국인들은 거지와 떠돌이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하더라.”

-식량난이 북한 사회에 끼친 영향은.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게 올해와 내년을 구호할 것이다. 현재 650만 명이 식량 위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 방안이 취해지지 않으면 이 숫자는 더 늘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제도를 익힌 덕분에 식량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장이 북한 전역에 500여 개가 생겼으며, 평양에도 20개가 있다. 이제 북한 사람들도 상품의 가치와 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외부 세계의 지원은

“북한 기근 해결에는 직접적인 식량 지원 외에 비료가 몹시 중요하다. 그간에는 남한에서 수년 간 매년 35만t의 비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비료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남한의 비료 없이는 북한의 농업생산량이 거의 30% 줄어들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서 매년 주는 50만t의 식량지원 못지 않게 비료도 중요하다.”

-SDC의 주요 사업은

“요즘엔 식량난 해결 차원에서 농업개발 사업에 힘써 는다. 이중 모범 사업이라면 ‘비탈지 개발 프로그램’이 있다. 북한에는 산이 많다. 따라서 경사면을 깎아 경작지로 만들어 식량생산을 늘리려는 사업으로 빈번한 경작으로 발생하는 지력(地力) 소모도 막을 수 있다. 현재 SDC는 240만㎡의 경사지를 관리 중이다.”

-다른 주요 사업은

“미니 경영대학원(MBA)으로 불릴만큼 작은 평양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한다는 거다. 2006년 12개월간 매달 사흘씩 수업이 진행되는 서양식 비즈니스 스쿨을 설립했다. 학생은 30여 명으로, 북한의 각 행정부서 및 기업 등에서 뽑는다. 교수진은 홍콩 등지에서 직접 모셔 온다. 이들이 숙제도 내고 시험도 치게 한다. ‘경영학 전략’ ‘북한의 수출 시장 및 신수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e 커머스’ 등 경영과 관련된 강좌들이 대부분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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