믈건너간 5.18특별법 합의처리-4당총무 정치적 절충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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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오후 4당총무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신한국당(가칭)서정화(徐廷華)총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협상을 하자는건지 안하자는건지 모르겠다』.국민회의측을 겨냥해 한 말이었다.
여야가 5.18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막바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날 4당총무들은 국회에서 만나 특별법 처리와 관련한 첫 총무회담을 가졌다.14대의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를 닷새 남겨놓고원내사령탑들이 모여 정치적 절충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총무회담에서 내려진 결론은 『다시 만나 계속 논의하자』는 것뿐이었다.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협상 결렬이다.총무회담의 결렬 분위기는 이미 오전에 열린 법사위 소위에서부터 감지됐다.각 당이 제출한 법안을 놓고 법안심사작업을 벌여야 할 소위는 이날 무산됐다.7명의 위원중 신한국당 소속의원 3명이 불참한 것이다.법사위는 법안 처리문제를 총무회담에 떠넘긴 격이다.
이렇게 해 열린 총무회담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특별검사제 도입문제였다.
특히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 『절대 안된다』는 신한국당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국민회의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이 끝난후 신한국당 徐총무는 『협상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며 『그러나 특별법을 반드시 회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표결 처리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의 협상여부와 상관없이 회기내 처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여차하면 강행처리가 불가피함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총무는 『특별법과 특별검사제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것은 양보하고 말고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제 양측은 서로 제갈길을 가는 외길 수순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과 자민련이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 총무회담의 성과라면 성과로 볼수있다.이날 민주당 이철(李哲)총무는 『특별검사제가 관철돼야 하지만 5.18특별법의 회기내 처리가 더 중요하다』며 특검제 유보입장을 공식화했다.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던 자민련도 조건부 찬성입장으로 돌아섰다. 자민련 한영수(韓英洙)총무는 『5.18관련법중 공소시효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4당간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을 상당히 좁힌 모양새다.
신한국당으로선 우군이 늘어난 형국으로 다소 입장이 편해진 반면 국민회의로선 자칫 부담을 혼자 끌어안게 생겼다.
그렇다고 특별법의 여야 합의처리를 낙관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徐총무의 말에서 보듯 특별검사제 도입문제에 대해 국민회의의입장은 강경하다.국민회의는 한때 당내에서 특별법과 특별검사제 분리논의 주장이 제기됐다가 김대중(金大中)총재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은 후 초강경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있다.때 문에 15일4당총무들이 또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특별법의 여야 합의처리는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승희.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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