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줄리엣 강 바이올린 독주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엣 강은 참신한 테크닉과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서울 데뷔공연(11일.호암아트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피아니스트 멜빈 첸의 반주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줄리엣 강이던진 승부수는 스탠더드 레퍼토리와 현대곡을 번갈아가면서 배치시킨 「메뉴」.
코릴리아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루토스와프스키의 『수비토』가 곱씹어 들어야 할 질긴 요리였다면 베토벤의 『소나타 제10번』과 슈베르트의 『론도 브릴란테』는 비교적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이었다.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 우승자에게만 초연의 영광이 주어지는『수비토』는 긴장과 이완을 교차시켜 전달력을 상승시킨 이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
청중의 기대감과 심리상태를 꿰뚫은 루토스와프스키의 곡은 현대음악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줄리엣 강도 프로그램에서 같은전략을 구사했다.
그렇다고 잘 알려진 베토벤.슈베르트가 군더더기였다는 말은 아니다. 앞뒤의 대곡 덕분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흐트러짐을 찾아볼 수 없는 정확성과 복잡한 음의 그물망을 헤쳐나가는 추진력,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빚어내는 강력한 소리는 청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호암아트홀 무대가 좁아 보일 정도였다.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강력하지만 거칠지 않은 연주였다.빛나는 보석의 결정체를 따뜻한 음색으로 감싸는 놀라운 서정성은 현대곡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마지막 곡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과 「디저트」로 들려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에서도 풍부한 저음과 감미로운 톤의 저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줄리엣 강은 이날 공연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내 년 3월 카네기홀에 데뷔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