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허드서커 대리인""도시속에 인디언"코미디 두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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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올 극장가에서 화제를 뿌렸던 미국과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 2편이 나란히 출시돼 비교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94년 칸 영화제 개막작품으로 초대된 『허드서커 대리인』(원제 The Hudsucker Proxy)과 프랑스 현지에서 『레옹』을 제치고 4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도시속에 인디언』(원제 Un Indians Dans La Vil le).두 작품은 모두 코미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현실에 대한 강한 풍자를 담고 있어 「웃음+α」를 선사한다.
『허드서커…』은 절묘한 착상,상상을 뛰어넘는 영상,세련된 대사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91년 『바톤핑크』로 칸 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코엔 형제의 최신작이다.코엔 형제가이 영화를 구상한 것은 85년.데뷔작인 『블러드 심플』을 선보이기 7년전이다.조엘의 나이 스물셋,에단의 나이 스무살때다.그래서 이들 영화천재의 때묻지 않은 상상력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58년 시골에서 3류 대학을 나온 노빌(팀 로빈스)이 굴지의대기업인 허드서커사에 잡역부로 취직하던 날 창업주 허드서커가 자살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허드서커 소유의 주식을 자신들이 매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폭락시킬 음모를 꾸미고 바보 사장으로 노빌을 내세운다.그러나 경영진의 음모는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여러가지 우연한 계기들이 겹치면서 노빌과 경영진의 지위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노빌은 경영진이 회사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채택한 자신의 아이디어 상품 훌라후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정말로 「실세」가 됐다가 경영진의 음모 로 아이디어 도용범으로 몰리고 다시 자살 일보직전에 사장자리를 차지하게된다. 감독은 이같은 인생유전을 통해 돈에 목숨을 건 삶의 왜소함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경영진이 「바보」라고 여겼던 소년같은 인물 노빌의 가치를 환기시킨 작품.
『도시속에…』은 아마존에서 태어나 원주민으로 성장한 백인 소년이 파리에 나와 벌이는 해프닝을 통해 원시적인 건강미를 잃은현대문명의 삭막함을 드러낸 작품.13년전 임신한채 아마존으로 떠나버린 아내를 찾아갔던 곡물 브로커 스테판이 아들을 파리로 데려와 생활하면서 겪는 갈등과 때묻지 않은 건강함에 감동받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넬』『부시맨』과 같은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상투적인 삽화들이 눈에 거슬리지만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
주인공 인디언 소년역을 맡은 루드빅 브리앙드(14)의 앙증맞은 연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에르베 팔뤼드 감독.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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