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9억 들인 IC공사 … 개통 사흘 만에 ‘원위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4일 오후 서울외곽순환도로 장수나들목(IC)으로 들어가는 무네미길.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길을 가득 메우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고속도로에서 2㎞나 떨어진 장수사거리까지 차량들은 꼬리를 물었다. 평소에도 상습 정체 구역이긴 하지만 이날은 유독 더 심했다. 이런 정체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마지막 구간 100m가 2일부터 2개 차로에서 1개 차로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진입로 마지막 구간을 2개 차로에서 1개 차로로 줄인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아이디어였다. 고속도로로 한꺼번에 진입하는 차량을 적절히 통제하면 고속도로 본선의 흐름이 좋아지고, 덩달아 진입도 빨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생각으로 도로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19억원을 들여 이 일대 교통 개선 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에는 장수IC 진입로인 무네미길의 차로를 4차로에서 5차로로 늘리고, 진출로와 무네미길의 접속 구간은 120m 연장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그러나 실제 시행 결과, 아이디어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무네미길의 차로는 늘어났지만 진입로는 줄어드는 바람에 진입 대기 차량의 병목 현상은 개선 이전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운전자들의 짜증 섞인 항의와 민원이 빗발치자 도로공사는 개통 사흘 만인 5일부터 다시 작업을 벌여 7일 마지막 구간 100m를 다시 2개 차로로 환원시켰다. 결국 19억원을 들인 공사의 핵심인 ‘진입 흐름 개선’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교통처 허정철 차장은 “당초 취지는 고속도로 진입 차량을 통제해 본선의 흐름을 개선한다는 것이었으나 병목현상이 그처럼 심각해질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수IC 부근은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 하루에 1개 차로를 지나가는 자동차 대수가 3만506대나 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정체가 심한 곳이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